지난해 4월 양해각서 체결로 시작된 두 대학의 통합논의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도 국립 종합대학간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정도였다. 경남도민들 역시 ‘대규모 거점 국립대’의 탄생을 기대하며 관심을 기울여왔다.
따라서 두 대학은 통합논의 중단을 함께 사과하는 게 순서였다.
그런데도 경상대는 4일 의외의 성명을 냈다. 지역주민과 교육당국에 감사와 사과를 표하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창원대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라는 공격이 핵심이었다. 지나친 요구란 주요 단과대와 대학본부의 창원배치다.
경상대는 역사가 창원대보다 20년 이상 앞서고 교직원, 학생수 등 외형도 훨씬 크다. 연구역량 뛰어나고 특성화에도 성공했다. 종합적인 위상을 감안하면 이 대학 구성원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배짱 퉁기며 학생을 골라 받던 시절에는 대학 통합을 생각이나 했는가.
협상단 일원이던 경상대 교수는 6일 “창원대의 억지 주장에 할 말이 많았지만 (다음을 생각해) 거의 안했다”고 속내를 전했다.
창원대가 경상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했다. 이 대학 한 보직교수는 “경상대는 과거에 집착했다”며 “발전 가능성과 교육 수요자 분포를 감안하면 통합대학 본부는 도청 소재지인 창원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대학 홈페이지에는 ‘창원대의 과욕’, ‘경상대의 횡포’라는 공방이 한창이다. 대체로 “대학과 학생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 결정”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학 통합, 특히 역사성과 정체성을 무시한 기계적 통합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학 구성원의 공감대가 미흡한 상태에서 작업을 서두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학 통합은 신입생 감소와 교육시장의 개방 등 어려운 여건에서 질적 수준의 향상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으로 꼽힌다.
이런 점에서 두 대학은 다시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보직 감소와 주도권 상실 등 당장의 잇속보다는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국립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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