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구치소에서 자살한 박모(43) 씨는 어머니가 가정불화로 가출해 아홉 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박 씨는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못한 채 껌팔이를 하다가 1975년과 1979년 절도죄로 1년씩 소년원에서 복역하는 등 불우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박 씨는 1984년 7월경 계모 유모 씨를 살해한 뒤 걸어서 민통선을 넘어 월북하다가 검거됐으며 살인 및 국가보안법 위반(탈출 미수)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97년 출소했다.
출소 후 박 씨는 사기, 폭력, 보안관찰법 위반 등으로 3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올 1월 중국 지린(吉林) 성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
박 씨는 검찰에서 “남한에서는 항상 감시당하고 살기 힘들어서 북한으로 갔다”고 밀입북 이유를 말했다.
그는 한 달간 북한에 머물면서 북한 보위부에 한국 내 미군 부대 위치와 한국의 정치상황 등에 대해 알려줬지만 북한에서 추방당했다.
박 씨는 4월 귀국한 뒤 지난달 1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복역해 오다 화장실에서 겨울 내의를 창문틀에 고정시켜 목을 매 기구한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박 씨의 시신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종교단체에 넘겨졌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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