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기업애로를 덜어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자치단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8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과 유관홍(柳觀洪) 현대중공업 사장, 신헌철(申憲澈) SK 사장이 투자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SK는 울산 남구 용연동 10만5000여 평의 공장 부지를 현대중공업에 싸게 팔고, 현대중공업은 SK가 생산한 기름을 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이 매입한 부지에 20억 원의 예산으로 1000평 규모의 물량장(物揚場·선박이 짐을 싣고 내리는 시설)을 건설해준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울산시가 두 회사의 현안 해결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당시 현대중공업은 구조물 생산 공장을 짓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시로서는 이 공장을 붙잡는 일이 급선무였다.
반면 SK는 신규 프로젝트 추진이 더뎌 1995년 8월 울산시로부터 평당 55만 원에 분양받은 공장 부지를 놀려두고 있었다.
시의 끈질긴 중재는 1년 여 만에 결실을 봤다. SK는 이 부지를 매입가의 3분의2 수준인 평당 38만원에 팔기로 했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SK의 기름 50억 원 어치를 사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곳에 1800억 원을 들여 선박용 블록 생산 공장을 내년 5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는 그동안 부산의 한 조선소를 임대해 블록을 생산해왔다.
울산발전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이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5400여 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0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매각에 응해 준 SK와 울산을 떠나지 않고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중공업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기업간 협력과 지역민의 기업사랑운동이 확산되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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