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시 ‘윈-윈 빅딜’ 숨은 노력 빛났다

  • 입력 2005년 6월 9일 07시 11분


조선업체의 부지난 해소와 정유회사의 기름 판로 확보가 동시에 해결됐다.

여기에는 기업애로를 덜어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자치단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8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과 유관홍(柳觀洪) 현대중공업 사장, 신헌철(申憲澈) SK 사장이 투자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 양해각서에는 ‘SK는 울산 남구 용연동 10만5000여 평의 공장 부지를 현대중공업에 싸게 팔고, 현대중공업은 SK가 생산한 기름을 산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또 울산시는 현대중공업이 매입한 부지에 20억 원의 예산으로 1000평 규모의 물량장(物揚場·선박이 짐을 싣고 내리는 시설)을 건설해준다는 약속도 포함됐다.

울산시가 두 회사의 현안 해결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당시 현대중공업은 구조물 생산 공장을 짓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었다. 시로서는 이 공장을 붙잡는 일이 급선무였다.

반면 SK는 신규 프로젝트 추진이 더뎌 1995년 8월 울산시로부터 평당 55만 원에 분양받은 공장 부지를 놀려두고 있었다.

시의 끈질긴 중재는 1년 여 만에 결실을 봤다. SK는 이 부지를 매입가의 3분의2 수준인 평당 38만원에 팔기로 했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SK의 기름 50억 원 어치를 사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곳에 1800억 원을 들여 선박용 블록 생산 공장을 내년 5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는 그동안 부산의 한 조선소를 임대해 블록을 생산해왔다.

울산발전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이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5400여 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500여 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매각에 응해 준 SK와 울산을 떠나지 않고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중공업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기업간 협력과 지역민의 기업사랑운동이 확산되기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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