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夜! 불이 춤춘다… 영일만 하늘 4만발 펑펑펑

  • 입력 2005년 6월 10일 07시 40분


서기 157년 신라 아달라왕은 영일만에서 “빛을 달라”며 제사를 지냈다.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돌연 신라 땅에서 빛이 사라졌기 때문.

신라 왕의 지극한 정성 덕분인지 빛은 다시 신라 땅을 밝혔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설화처럼 경북 포항의 영일만은 빛과 인연이 깊다.

지명도 ‘햇빛을 받아들인다’는 뜻의 영일(迎日)이다. 현재 영일만에는 해안선을 따라 웅장하게 늘어선 포스코의 용광로 불빛이 야간을 밝히고 있다.

1968년 포스코가 건설될 당시 포항은 인구 5만에 불과한 작은 항구였다. 40년이 지난 지금 포항은 ‘동해의 관문’을 꿈꾸는 인구 50만의 도시로 성장했다. 포스코 역시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로 우뚝 섰다.

또 포스코의 지원으로 설립된 포스텍(포항공대) 안에는 국내 유일의 ‘빛 공장’인 포항방사광가속기가 10년 째 돌아가고 있다. 11일 오후 8시 반부터 9시 40분까지 포항시 북구 두호동 북부해수욕장에는 무려 4만발의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포항국제불빛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지난해 처음 열렸을 때 해수욕장 주변을 가득 메운 30여 만 명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끊임없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을 보며 환호했다. 올해는 일본과 중국의 화약 제조업체들도 참가해 국제행사로 발돋움했다.

미리 행사장을 찾는 관광객을 위해 이날 오후 1시부터 수상스키쇼, 윈드서핑, 음악회, 포항스틸러스 축구단 사인회, 해병군악대 공연, 특공대 시범 등이 열린다.

이 축제를 추진한 포스코 이건수(李建洙) 상무는 “포항불빛축제는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솟는 영일만을 환하게 밝혀 더욱 의미가 깊다”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마음도 빛나도록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주부 안성화(安成和·42·포항 남구 지곡동) 씨는 “아이들과 함께 지난해 본 불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올해는 국제행사가 된 만큼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축제 당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하고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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