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은 싫다, 지속적인 일을 달라”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그것은 차라리 아우성이었다. 9일 오후 서울시청 별관 복지관 4층 강당에서 한국시니어클럽협회 주최로 열린 ‘한국형 노인 일자리 개발 전략과 과제’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터져 나온 노인들의 목소리가 그랬다.

“5, 6개월 시한으로 노인들에게 월 20만 원씩 주며 허드렛일을 시켜놓고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지속적인 일자리다.”

주제 발표자의 발표와 초청된 패널의 토론이 끝나고 청중에게 질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일제히 손이 올라갔다.

이날 심포지엄은 오후 2시 시작됐으나 30분 전부터 200석의 강당을 꽉 채우고도 모자라 뒤편에 선 사람들도 다수였을 만큼 열기가 넘쳤다.

일자리를 열망하는 노인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에게 생활비를 번다는 것이 얼마나 절박한 일인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우리에게 과거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이미 자존심과 체면을 다 버렸다. 할 수 있는 한 어떠한 것도 좋으니 지속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달라.”

단상에 앉은 보건복지부 서울시 공무원과 토론에 참가한 교수들을 향한 이들의 발언은 너무나 애절해서 한 토론자는 ‘마치 면도날 같은 말씀들’이라고 실토했다.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노인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문제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대상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숫자놀음에만 치우쳐 돈을 쓰고도 욕만 먹는다는 것이었다. 월 20만 원짜리 일을 6개월 시키고는 곧바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버리니 지속성도 안정성도 없어 오히려 좌절감만 심어준다는 지적이었다.

공무원들의 ‘해명’도 있었다.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노인은 44만 명에 이르는데 올해 책정된 예산은 1인당 월 20만 원씩 계산해도 3만5000명분에 지나지 않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이날 토론자로 나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손유미 박사는 일본에서는 정부가 노인들에게 푼돈을 나누어주고 수만 늘리는 식의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작업환경을 노인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도록 고령친화적으로 바꾸고 고령자에게 취업을 위한 학습비용을 지원하는 데 예산을 쓴다는 설명이었다. 손 박사는 이날 패널 중 유일하게 청중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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