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자가 40여 년 만에 만난 군대 동기에게 한 거짓말이 번져 결국 쇠고랑을 찼다.
손모(62) 씨는 지난해 12월 군대 동기인 한의사 A(62) 씨를 만났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손 씨는 청와대에 있지도 않은 ‘별관수장’이란 직책을 들먹이며 거짓말을 했다. 손 씨의 실제 직업은 부산에서 공터에 소금을 쌓아놓고 파는 ‘소금장수’.
1주일에 2, 3일 서울에 머물면서 “명문대 법대를 나온 뒤 민주화운동을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7년째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을 속였다.
이에 속아 넘어간 A 씨는 자신이 아는 B(62·여) 씨에게 손 씨를 청와대 별관수장으로 소개했고 B 씨는 자신이 납품한 물건값 2억여 원을 지불하지 않은 다단계업체 J사의 간부 C(44·여) 씨에게 손 씨를 소개하며 “당신네 회사가 곧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손 씨도 “J사의 비리가 많아 국세청에 통보하고 회사 대표를 출국금지했다”며 C 씨에게 겁을 주었다. 이때부터 C 씨는 손 씨에게 500여만 원 상당의 선물을 상납하며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손 씨는 추가로 500만 원을 더 뜯어냈다.
그러나 손 씨의 거짓말은 손 씨의 언행을 수상히 여긴 J사의 또 다른 간부에 의해 들통 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2일 손 씨를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손 씨는 또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 전모 씨에게서 “아는 사람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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