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사립고]“특기로 적성을, 열린수업으로 명문대를”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자립형 사립고는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이 큰 장점이다. 포항제철고 1, 2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50인조 교향악단 ‘포철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특별활동시간에 연주를 하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자립형 사립고는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이 큰 장점이다. 포항제철고 1, 2학년 학생으로 구성된 50인조 교향악단 ‘포철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특별활동시간에 연주를 하고 있다. 포항=전영한 기자
“조심, 조심…. 이렇게 해봐.”

8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포항공대 화학과 최희철 교수 연구실.

교복 위에 실험실용 가운을 걸쳐 입은 고교생 4명이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집적회로(IC) 등의 제조공정에서 기판 위에 실리콘(규소) 등의 박막(薄膜)을 만드는 CVD 장비를 조심스럽게 조작하고 있었다.

자립형 사립고인 포항제철고에서 선발한 ‘화학 영재’ 4명은 일주일에 2시간씩 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관의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만 분의 1 굵기에 불과한 탄소나노튜브를 합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학교마다 영재 수업, 원어민 강사(이상 상산고), 로봇 동아리, 골프 동아리(이상 포철고·위부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전주=전영한 기자

포철고는 교내 경시대회에서 선발된 3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화학뿐 아니라 물리 수학 분야도 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수학 영재들은 소련과학아카데미 추천으로 한국에 온 러시아 알타이대 메드베제프 교수로부터도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김현민(17·포철고 2년) 양은 “다른 학교에서 접할 수 없는 첨단 실험을 직접 경험하면서 어려운 과정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전문희 화학 교사는 “지금 학생들이 하고 있는 실험은 국내 10여 개 대학에서나 할 수 있는 최첨단 실험”이라며 “영재 학생들이 대학 과정을 미리 경험하면서 적성을 찾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의 정석’의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이 세운 전북 전주시 상산고는 학급당 30명씩 12학급을 뽑아 밀도 있는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석사 박사 출신 교사도 많아 수업의 수준이 매우 높다. 고전 50권을 반드시 읽고 아예 저자를 강사로 초청해 문학강연을 듣는 등 독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음악 미술 체육 분야에서 1인1기를 익혀야 한다. 또 서울대 정운찬 총장과 황우석, 최재천 교수 등 유명 교수를 강사로 모셔 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 주기도 한다.

홍 이사장은 “화이트헤드란 수학자는 학생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교사가 가장 위대하다는 말을 남겼다”며 “단편적인 지식보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학년의 경우 타 지역 학생이 75%나 되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학생들은 밤에도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하고 교사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또 원어민 교사 5명을 고용해 학생들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등 외국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정희상 교감은 “일부는 내신 걱정을 하지만 좋은 친구들과 공부하는 분위기에 만족해한다”며 “실력이 좋기 때문에 대입 심층면접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귀족 학교라고요?”… 교육수준 높아 학업성취도 높아

평준화제도의 획일적인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2002년 처음 문을 연 자립형 사립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록금 책정 등에서 자율권을 갖고 있어 틀에 박힌 교육을 하는 일반 학교에 비해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2년 민족사관고 포철고 광양제철고가, 2003년 부산 해운대고, 현대청운고(울산), 상산고(전주)가 시범학교로 지정됐으며 2002년에 지정된 학교가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등록금이 일반 학교에 비해 3배 이상 비싸 일부에서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하지만 학교 시설이나 교사, 교육 수준이 높아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평가다.

학생들은 우선 비슷한 실력의 학생끼리 모여 공부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심화학습이 가능하고 2008학년도부터 내신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발표에 일부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큰 동요는 없는 것 같다.

○음악 등 다양한 특성화 교육… 입시대비 논술 프로그램도

민사고는 영어교육 특성화로 유명하다. 해마다 해외 대학에 직접 합격하는 학생이 늘면서 유학반의 인기가 높다. 올해의 경우 국제반 졸업자 26명 전원이 미국의 예일대 등 명문대에 합격했다. 음악 연주, 체육, 자치, 봉사 등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현대청운고의 경우 영어 정보 한문 봉사활동 독서 등 5개 영역 인증제를 시행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를 일대일로 묶어 주는 ‘개인교수제도’도 유명하다.

자사고는 서울에 비해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의 기회가 적은 지방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매일 저녁 늦게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이 진행된다.

또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논술, 심층면접 대비 강좌를 마련해 입시에 대비하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포철고는 자사고로 바뀐 이후 올 첫 졸업생 440여 명 중 지난해보다 9명 많은 24명이 서울대에 진학했고, 고려대 연세대 진학자도 39명에서 7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학교 강석윤 교감은 “서울의 학생보다 되레 사교육 의존도가 낮고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명문대 진학은 교육의 결과일 뿐 절대 목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립형 사립고엔 특별한 게 있다
고교학생
선발
교사
교장
인사
교육
과정
교과서
수업료
책정
평준화고교공립××××
평준화고교사립×××
비평준화고교공립×××
비평준화고교사립××
특목고
특성화고
공립××
사립×
자율학교×
협약학교×
자립형사립고

전주=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포항=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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