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경민이(12·여)와 3학년인 동현이(9) 남매는 요즘 방과 후마다 새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 있다.
매일 수업이 끝난 후 바이올린, 컴퓨터, 축구, 풍선아트 등을 배우러 가는 ‘서울SOS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새 친구들을 사귄 것.
얼핏 학원이나 문화센터 같지만 사실 이 아동센터는 과거 보육원이었다. 지역 내 맞벌이 부부 자녀를 위해 지난해 10월 아동복지센터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이곳에 사는 120여 명의 고아들도 경민이 남매와 같이 외부에서 온 30여 명의 아이와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배운다.
보육원이 변신하는 것은 매년 고아는 줄어드는 반면 저소득 맞벌이 부부 자녀는 늘어나 이들을 위한 시설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동복지센터라 해서 시설이 낡거나 교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SOS지역아동복지센터’의 경우 상명대 봉사 동아리 학생 30여 명이 항상 학습봉사를 맡고 있다. 센터에서 상주하는 교사들도 대학에서 유아교육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각종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봉사자들도 일선 학교나 학원에서 활동하는 전문 강사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그야말로 공부방 겸 놀이방. 프로그램 학습 외에 교육적 효과도 크다. 소외된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아이들의 인성 계발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처음에는 고아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하나둘 장점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정원을 초과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상원이를 ‘서울SOS지역아동복지센터’에 보내고 있는 우현(41·자영업) 씨는 “딸이 집에 있는 것보다 센터에 있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며 “어릴 때부터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교육적으로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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