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 생명던져 대형참사 막았다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목숨을 내던진 운전사의 기지로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13일 오후 3시 25분 경 전남 순천시 해룡면 호두리 국도 17호선 여수∼순천 구간에서 승객을 태우고 운행 중이던 개인택시 운전사 한모(50) 씨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아찔했던 순간을 되새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 씨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율촌산업단지 진입로 편도 2차로 내리막길을 달리던 중 뒤에서 부산 S통운 소속 25t 탱크로리(운전사 민모 씨·45·경남 김해시)가 앞차량들을 향해 라이트를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은 횡단보도로 10여 대의 차량이 신호대기 중이었다.


탱크로리는 횡단보도에 이르기 직전 갑자기 반대편 차로로 들어가 100여 m를 역주행하다 배수로 옹벽 40여 m를 옆면으로 부딪쳤다.

마지막 멈추는 순간 ‘펑’하는 굉음과 함께 차량 앞 운전석 부분에 검은 연기를 뿜으면서 불이 붙어 민 씨는 탈출의 기회를 놓치고 숨졌다.

택시운전사 한 씨는 “탱크로리 운전사가 중앙분리대가 끝나는 구간을 선택해 역주행을 시도해 차를 멈추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파열되자 차량을 멈출 수가 없다고 판단해 앞차들에 신호를 보냈지만 반응이 없자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대편 차로로 진입한 것 같다”며 “만약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과 충돌해 염산이라도 폭발했다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순천=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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