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참외장학금으로 명문고 만들자”

  • 입력 2005년 6월 14일 07시 47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에서 참외농사 4000여 평을 짓는 정흥진(鄭興鎭·47) 씨는 13일 성주군교육발전위원회에 참외 15상자 가격에 해당하는 50만 원을 기탁했다.

성주군은 5400여 농가가 3700여 ha에서 연간 14만t의 참외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참외의 고장’.

참외 수확이 한창인 요즘 주민들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

참외 한 상자 값에 해당하는 3만원을 성주군의 장학사업 기금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2003년 4월 참외 수확기에 맞춰 시작된 ‘참외 한 상자 장학금’은 같은 해 8월까지 4000여 농가가 참여했다.

모인 기금은 총 2억8000여 만 원. 주민들의 땀이 밴 이 돈은 성주고의 장학사업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다른 농어촌 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성주군도 한 때 13만 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5만 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주민들은 1997년 ‘농촌교육을 살리자’며 성주군교육발전위원회를 결성했다.

당시 성주지역 어머니 900여 명은 성주읍내를 돌면서 학부모들에게 “도시학교로 무조건 전학시킬 게 아니라 지역 교육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운동을 통해 상당액의 장학기금이 조성됐지만 군민 전체의 동참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한 아이디어가 ‘참외 장학금’이었다.

학부모 운동에 앞장섰던 교육발전위 홍연옥(洪淵玉·52·여) 이사는 “처음엔 되지도 않을 일을 벌인다며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달라졌다”며 “성주에도 고교까지는 좋은 교육을 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교육발전위는 출향인들에게도 편지를 보내 참외 장학금 조성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육발전위 이사장인 이창우(李昌雨) 군수는 “교육 경쟁력 없이 자치단체의 발전을 꾀하기는 어렵다”며 “이제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수년 안에 성주에도 명문고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358명이 재학 중인 성주고에 올해는 대구에서 2명이 전학을 오는 ‘놀라운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영성(李榮成) 교장은 “학부모들 사이에 지역 고교에 진학을 시켜도 믿을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생긴 게 가장 큰 수확”이라며 “참외 장학금을 바탕으로 도시지역보다 나은 학교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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