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6분


13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식인상어의 습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던 해녀를 구한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대원들. 이종승 기자
13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식인상어의 습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던 해녀를 구한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대원들. 이종승 기자
▼바다낚시 관악산지구대 경관들, 상어에 물린 해녀 극적구조▼

13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상어에게 물렸다가 구조된 해녀 이모(39) 씨는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료 11명과 함께 배를 타고 외딴섬인 단도에 전복을 따러 왔던 이 씨는 박모(49) 씨와 함께 배가 떠 있는 반대쪽 바닷가에서 물질을 하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았다. 두 사람은 간신히 바위로 몸을 피했지만 아무런 구호장비나 통신장비도 없어 도움을 요청할 방도가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쳐봐도 동료들에게 닿지 않았고, 배로 돌아가려면 수영을 해야 했지만 상어가 기다리는 바다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머뭇거리는 사이 상어에게 다리를 물린 이 씨는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더 시간을 지체하면 자칫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 씨는 왼쪽 허벅지를 심하게 다쳤고 무릎은 뻐가 보일 정도였다.


그때 낚싯배가 시야에 들어왔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단합대회 겸 낚시여행을 온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경찰관 18명이 탄 배였다.

“처음에는 해녀의 손짓이 우리를 반기는 인사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김태완(金泰完·경감) 지구대장 등은 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해녀를 그냥 지나치려다가 느낌이 이상해 가까이 다가갔다. “동료가 상어에게 물렸다”는 외침이 들렸다.

그러나 섬에 배를 대기는 쉽지 않았다. 수심이 깊은 바위섬이고 파도가 거친 데다 이날따라 안개가 짙었다.

선장이 약간 망설이는 듯하자 김 대장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 급하다는 생각에 “배값 물어줄 테니까 빨리 섬에 붙이라”고 소리쳤다.

대원 중 박상진(37) 경장과 강정석(29) 순경이 먼저 바위 위로 뛰어내렸다. 해녀 이 씨는 거의 의식이 없었다. 한 사람은 이 씨를 부축하고 다른 사람이 배와 바위섬을 잇는 ‘인간 고리’ 역할을 하면서 간신히 이 씨를 배에 옮겼다.

김 대장은 무전기를 이용해 해양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때가 오후 3시 38분.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생각했지만 현장에 왔다가 돌아가기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릴 것 같았다. 결국 대원들이 직접 후송하기로 하고 119구급대가 안흥항에 대기하도록 연락했다.

낚싯배는 전속력으로 달린 끝에 오후 4시경 안흥항에 도착했다. 이 씨는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 대장은 “단합대회를 제대로 못해 아쉽지만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 어떤 행사보다도 보람 있는 날이었다”며 웃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양수발전소 구한 해난구조대▼

12일 경남 산청군 양수발전소 화재 현장에서 900억 원대의 발전기가 침수되는 것을 막은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 사진 제공 해군
경남 산청군 양수발전소에서 불이 나 900억 원대의 발전기가 침수될 위기에 놓였으나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이 투입돼 이를 막은 것으로 밝혀졌다.

14일 해군에 따르면 12일 낮 12시경 양수발전소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발전기의 냉각파이프가 고열로 파열되면서 발전소 지하 5층 중 3개 층이 냉각수에 침수됐고 발전소 직원 2명이 부상했다.

냉각수는 발전소의 핵심시설인 발전기 2대(대당 450억 원)가 설치된 나머지 2개 층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발전기가 침수되면 수리에 수개월이 걸려 주민 생활과 산업 활동에 큰 차질이 초래된다.

발전소 측은 자체 잠수요원과 지역 119구조대 잠수대원을 동원해 냉각수 차단에 나섰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연기와 물 위의 기름띠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경남소방본부는 13일 오전 9시경 진해 해군작전사령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김동주 소령 외 11명의 심해잠수사로 구성된 SSU 대원이 현장에 출동해 10시간에 걸친 작전 끝에 냉각수 유입을 차단하는 밸브를 잠가 큰 피해를 막았다.

김 소령은 “힘든 상황이었지만 더 이상 머뭇거리면 900억 원대에 이르는 발전기가 못쓰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작전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해군 SSU는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건 당시 실종자 292명의 시신을 모두 인양했고, 1999년엔 남해의 수심 150m 지점에 가라앉은 북한의 반잠수정을 건져 올리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