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 “배칠수, 의원비난 조심해야”

  • 입력 2005년 6월 15일 15시 21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14일 국회의원을 비난한 한 방송프로그램에 대해 “정치인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것은 좋으며‘언론’이 할 일이지만 이유 없이 몽둥이를 들고 동네북 치듯 한다면 그건 용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쓴 칼럼에서 “13일 KBS 아침방송에서 배칠수씨가 놀라운 사실을 폭로한다며 국회농협 수수료 면제와 의원 차량유지비 지원 등을 가지고 신나는 듯 국회의원들을 때렸다”면서 “(사실관계를)잘못 해석한 질타와 비난 보도는 의정활동의 막대한 지장을 준다”고 발끈했다.

그는 “남들이 못하는 천하의 성대모사 재주꾼인 '배칠수 스타'라면 뭔가 달라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아무리 PD가 기획하고 작가가 써준 것을 읽었다고 하지만 MC는 최종 확인자이며 (방송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방송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의원 17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후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세비로만 의정활동을 하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비행기 1등석을 공짜로 탄다’는 방송내용에 대해 “해외출장 때 출장비로 비행기를 타면 이코노미 석이 아니라 비즈니스클래스를 배정해 준다. 그 비용의 세목은 잘 모르나 공무출장이기 때문에 국고에서 지불하는 것 같다”면서 “개인이나 가족여행으로 출국한 때는 내 돈을 내고 이코노미 석을 타고, 업무출장일지라도 자료조사 등 의원 개인목적의 출장 때 역시 이코노미 석을 탄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농협 수수료 면제문제와 관련해서도 “수수료 면제는 처음 알았는데 그것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인지는 의문”이라며 “국회 내 현금인출기는 국회의원과 직원뿐만 아니라 민원인에게도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뿐 아니라 과천 정부청사, 대전 정부청사, 세종로 정부청사에도 똑같은 제도를 두고 있다”면서 “아마도 다른 은행이 대기업 본사에 들어간다면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유류비 문제에 대해 “월 100만원이 지급된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80만원이며, 서울에서 먼 지역구 의원에게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인데 이것이 ‘특혜’인가”라며 “웬만한 기업 임원과 관공서 고위직, 단체장에게는 자가용에 유지비까지 지급되지만 의원들은 직접 차량을 구입 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KTX도 없어서 차량으로 급히 지역구를 오르내리고 회의에 참석하고 기념식에 참석하고 민원현장 확인하느라 80만원으로 허덕이고 있다”면서 “톨게이트 통과료, 주차료 등이 적지 않다는 것은 ‘현명한’ 배 선생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배 선생이 혹시 방송 때문에 지역출장을 갈 때 받는 MC 출장비에는 숙박, 식대, 교통비가 포함된 것이며 사실 출연료에도 그런 항목이 감안된 액수로 알고 있다”면서 “그것도 한 때 방송하는 대가인데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겸손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나운서 시절이나 지금이나 택시를 타면 기사분이 요금을 안 받으려고 하는 때가 참으로 많다. 그래도 나는 꼭 요금을 냈고 세 번쯤인가 그냥 내리면서 열 번 백 번을 절하며 감사한 적이 있다”면서 “의정활동 잘 하라고 사납금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이 그러한데, 엄청난 보수를 받고 출연료를 받는 배 선생은 무슨 생각으로 근거가 없거나 사려 깊지 못한 비난을 했느냐”고 질책했다.

이 의원은 마지막으로 “배 선생 나도 30년을 방송했지만 내가 마이크 앞에서 남을 비판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어떤가’ 한 번쯤 생각했고 그 ‘근거에 대해서’ 확인을 했었다”면서 “비판과 비난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비난을 하더라도 근거를 확실히 해서 비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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