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조는 1995년 이후 무(無)분규를 기록하고 있다. 새 이념과 강령은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21세기 세계적 무한경쟁 시대에 대응하는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현대중공업은 지금 선박 건조(建造)와 수주, 엔진 생산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이다. 이 회사가 여기에 이르는 데에는 노조의 기여도 매우 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에 멈추지 않고 회사를 ‘지속적인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워, 그 속에서 노동자 복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철저히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노조운동 방향은 사실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 노조의 선택이 돋보이는 까닭은 민주노총 등의 노동운동이 세계적 흐름과는 동떨어지게 정치적 극한투쟁 노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 전반의 노사관계가 현대중공업 노사처럼 순탄하지는 않을 조짐이다. 5월 말 현재 근로자 5000명 이상 대형 사업장의 노사협상 타결률은 15.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6%보다 훨씬 낮다. 민주노총은 국회의 비정규직 법안이 노사정 합의 없이 처리되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계가 다시 과격한 하투(夏鬪)를 벌인다면 일자리 증대도, 경기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뻔하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에 부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이 말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택이 자신들을 위해서나 국가사회를 위해서나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민주노총 등의 운동방식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국민의 눈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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