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영어보기]‘요다식 화법’…“How feel you?”

  • 입력 2005년 6월 17일 06시 30분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의 요다(왼쪽).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의 요다(왼쪽).
프리퀄(prequel). ‘prequel’은 197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The Phantom Menace)’ 덕택에 대중화된 단어이다. 보통 영화의 속편은 록키 2, 3, 4처럼 이미 개봉된 영화의 그 후 이야기를 풀어가므로 ‘후편(sequel)’으로 부르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런데 ‘에피소드 1’은 1977년 개봉된 ‘에피소드 4’의 이전 이야기라서 접두사 ‘pre(이전, 미리)’와 ‘sequel(속편)’ 의 합성어인 ‘prequel’이 신조어로 만들어졌다.

Yoda: How feel you?

Anakin: Cold, sir.

Yoda: Afraid, are you?

Anakin: No, sir.

Yoda: See through you we can.

요다: 어떤가, 기분이?

애너킨: 추워요.

요다: 두렵나?

애너킨: 아니요.

요다: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제다이 고수들이 모여 있는 ‘에피소드 1’의 한 대목. 쭉 둘러앉은 그들이 주시하고 있는 한 꼬마아이가 있다. 아이는 나중에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Darth Vader)로 변하게 되는 애너킨 스카이워커. ‘Force’ 즉 기(氣)가 엄청 센 이 아이를 제다이로 키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이들의 고민이다.

요다의 질문 “How feel you?”를 번역하면 “어떤가, 기분이?”다. 일반 어순은 “How do you feel?(기분이 어떤가?)”. “Afraid are you?”도 원래 “Are you afraid?”가 정상이다. 정형화된 영어 어순이 요다의 입에서는 무너진다. 그는 외모나 어법, 모든 면에서 평범함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무섭지 않다”는 애너킨에게 “See through you we can”이라고 말하는 요다. 정상 어순은 “We can see through you”. 무슨 뜻일까? “당신의 마음을,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혹은 “당신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의미로 통하는 through는 간편하게 thru라고도 쓰는데 ‘see through’는 ‘통해서 보다’라는 의미 외에 ‘꿰뚫어보다’ ‘간파하다’는 뜻도 있다. 여기선 후자의 뜻.

스타워즈 총 6편 중 4편만 빼고 모두 출연하는 요다.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내공이 깊다. 그의 말은 내용상으로 보면 가장 철학적 깊이가 있고, 형식상으로 보면 어순이 뒤집혀 있는데 이는 어느 분야이건 범상함을 뛰어넘는 경지에 다다른 자들이 ‘보편적’ 혹은 ‘일반적’이라는 굴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타워즈의 인기와 더불어 미국에서는 시적이고 멋있는 요다식 ‘뒤집어 말하기’가 학생 사이 유행했고, ‘The Great Luke Ski’라는 예명의 코미디 가수는 ‘빌리지 피플’의 히트곡인 ‘Y.M.C.A.’를 ‘Y.O.D.A.’로 리메이크해서 부르기도 했다.

요다란 이름. 혹자는 산스크리트어 혹은 히브리어에서 따왔다고도 하는데, 어원으로 보면 산스크리트어로 ‘Yoddha’는 ‘전사(warrior)’라는 뜻이고, 히브리어로 ‘Yodea’는 ‘알다(Know)’는 뜻. 그 두 단어의 뜻을 결합해보면 ‘다 아는 전사’, 바로 요다의 캐릭터와 딱 맞는다. 어디서 요다라는 이름을 따왔냐는 것은 제작자이자 감독인 조지 루카스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를 것이다. 그러나 창작물이란 창작자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 해석은 보는 자의 몫이 아니겠는가.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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