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산업과 자연의 만남

  • 입력 2005년 6월 22일 08시 00분


전남 순천시 해룡면 율촌산업단지 내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부지 안에는 갈대가 우거진 습지가 있다. 바다 매립지에 만들어진 자연습지로 면적이 12만 평에 달한다.

습지에서는 고라니와 토끼가 뛰어 놀고 황새나 저어새, 청둥오리 등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산업’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이다.

자연습지는 공장이 가동된 1999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순천공장 전체 부지 25만 평 가운데 공장시설이 들어서지 않는 12만 평에 갈대가 듬성듬성 자라더니 1년이 지나면서 숲을 이뤘다.

이 곳은 남해안 최대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어 가장 먼저 철새들이 찾아들었다. 뒤이어 고라니, 오소리, 너구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됐다.

회사 측은 갈대숲에 생명을 불어 넣기 위해 습지 보존운동에 나섰다.

직원들은 2년 전부터 매달 철새 먹이로 미꾸라지 20kg을 방류하고 수질정화를 위해 붕어를 풀어놓기도 했다.

갈대 숲 한쪽에 사육장을 만들어 50여 마리의 오리와 토끼를 키워 습지에 내보내고 다음달에는 자체 부화시킨 금계도 방사할 예정.

자연습지는 언제든지 토끼와 오리 떼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다양한 철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친환경 자연공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장 방문객의 견학코스로 인기다.

남궁 성(南宮 星) 순천공장 공장장은 “공장과 자연은 웬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곳 만큼은 예외”라며 “습지가 직원의 정서함양은 물론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생태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연간 180만t의 자동차 및 가전제품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업체로 연 매출액이 1조7000억원이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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