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을숙도 교향악단에 사랑을

  • 입력 2005년 6월 22일 08시 00분


“공연을 본 어린 관객들이 자라는 만큼 교향악단도 머지않아 자리를 잡겠지요.”

20일 오후 10시 반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옆 한 식당. 전국 첫 ‘시민자치 교향악단’으로 출범한 을숙도교향악단의 단원과 스텝, 후원자 등 100여 명이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온 첫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자리를 함께 했다. 교향악단에 대한 애증,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뒤풀이는 뜨거웠다.

입장료 대신 책 한권과 10원짜리 동전 20개를 받은 첫 공연에는 500여명의 시민이 찾았다.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관객이 많아 교향악단 관계자들의 표정은 비교적 밝았다.

하지만 교향악단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이 교향악단은 ‘예술을 전공하고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청년예술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자’는 취지에서 민간이 낸 후원금 2000여만 원으로 설립됐다.

노동부는 회사를 새로 만드는 ‘창업’으로 간주해 예술단원 임금 명목의 신규고용촉진장려금 20억 원을 1년 동안 지원한다. 이 돈으로 80여명의 단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급여는 월 60만 원 안팎.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다.

4대 보험료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운영비 등 결손비용은 매달 1인당 30만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노동부의 지원이 끊기는 순간 예술단은 문을 닫게 된다.

상주 공연장 마련도 자치단체의 무관심으로 쉽지 않다.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을 비롯해 시민회관, 금정문화회관 등에서는 교향악단의 상주계약 신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거금을 들여 지어놓고도 가동률도 낮아 비워두는 일이 많은 건물들이다.

다행히 부산시와 시의회는 예술단 운영에 필요한 일부 재원을 하반기 예산에서 확보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흐려진 밝은 본성을 ‘소리’로 다스리고, 더불어 산다는 뜻의 ‘만파식적(萬波息笛), 비인부전(非人不傳)’을 추구 이념으로 내건 을숙도교향악단.

이 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을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는 길은 간단하다. 시민들이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관심과 지원, 그리고 사랑을 쏟으면 된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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