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국 ‘고래 외교’ 오락가락

  • 입력 2005년 6월 23일 07시 55분


국제포경위원회(IWC) 울산회의 폐막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포경(捕鯨·고래잡이)과 관련한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울산 장생포 주민과 어민들의 불만이 크다.

주민들은 “1986년부터 계속된 포경 금지로 과잉 번식한 고래가 오징어 등을 마구 먹어치워 어자원이 고갈된다”며 포경재개를 정부에 요구해왔다.

포경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어정쩡하다. 오거돈(吳巨敦) 해양수산부장관은 IWC 총회 개막일 기자회견에서 “고래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RMS(개정관리제도)의 15개 항목 가운데 상업포경을 금지한 10조e항의 삭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RMS는 상업포경의 전 단계로 어느 지역에 있는 고래를 얼마나, 어떻게 잡는지를 감시하는 제도로 10조e항이 삭제되면 상업포경 재개는 시간문제다.

그러나 하루 뒤 열린 회의에서는 입장이 달라졌다. 포경을 찬성하는 일본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자원고갈 없이 고래를 포획하고 관리하자”는 제안을 놓고 실시된 투표에 우리나라는 기권했다. 이 제안은 찬성 23, 반대 29로 부결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이 “현행 공개투표제를 비밀투표제로 바꾸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기권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한 외국 기자는 “포경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포경선 포수 출신인 손남수(孫南水·71) 씨는 “우리 정부 대표단이 어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처럼 조사 목적의 ‘과학포경’ 이라도 우선 승인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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