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영어보기]“Shame on you” 부끄럽지 않으세요?

  • 입력 2005년 6월 24일 05시 17분


영화 ‘프렌치 키스’
영화 ‘프렌치 키스’
Charlie: How can you not want to go to Paris? You are a history teacher. Shame on you.

Kate: Charlie, the French. They hate us. They smoke, they have whole relationship to dairy products.

찰리: 어떻게 파리에 가고 싶지 않을 수가 있지? 당신은 역사 선생님이잖아. 어이 창피해라.

케이트: 찰리, 프랑스 사람들은 우릴 정말 싫어해. 그 사람들 담배는 피워대고, 유제품은 엄청 먹고.

영화 ‘프렌치 키스(French Kiss)’의 한 대목. 찰리(티머시 허튼)와 케이트(멕 라이언)는 약혼한 사이. 일 때문에 파리로 가게 된 찰리는 케이트와 함께 가고 싶지만 케이트는 거부한다. 이유는 프랑스가 싫어서가 아니라 비행공포증 때문. 어쨌든 케이트는 가지 않을 변명거리를 찾느라 바쁘다. 자신은 담배를 안 피우는데 “They smoke”, 게다가 치즈가 체질에 안 맞는데 그들은 “dairy products(유제품)를 엄청 먹는다”는 둥.

영화 속에서 케이트는 미국인, 찰리는 캐나다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찰리의 생각은 대개의 미국인들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How can you not want to go to Paris?(어떻게 파리에 가고 싶지 않을 수가 있지?)” 그에게 파리가 싫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게다가 “You are a history teacher”라며 역사 선생님이니 필히 파리를 봐야 한단다. 그리고는 “Shame on you(어이 창피해라)”라고 한술 더 뜬다. 구어체인 ‘shame on you’는 ‘부끄럽지 않아?’ 혹은 ‘아이 망측해라’라며 상대방에게 하는 말. ‘Shame on me’는 스스로 ‘창피하다’는 뜻이다.

프랑스, 특히 파리의 이미지는 미국인들에게는 역사와 문화와 낭만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오죽하면 호텔 가문인 힐튼 가는 상속녀의 이름을 ‘파리’라고 지었을까? 주인공은 바로 그 유명한 ‘패리스(Paris) 힐튼’.

여하튼 ‘프랑스제’라고 하면 좋아 보이니까, 정작 프랑스에서는 French라 불리지 않는 것들에 미국인들은 French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샐러드에 뿌려서 먹는 ‘프렌치 드레싱(French dressing)’, 아침식사 메뉴인 ‘프렌치 토스트(French toast)’, 영화 제목이자 ‘진한 키스’를 일컫는 ‘프렌치 키스(French kiss)’도 마찬가지. 그럼 미국인들의 인기메뉴인 ‘프렌치 프라이(French fries)’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chips’라고 하고 프랑스에서는 ‘frites’라 부르는데 사실 이 감자튀김은 벨기에 태생이라 출신국을 밝히려면 ‘벨지언 프라이(Belgian fries)’로 불러야 옳다.

이 프렌치 프라이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 있다. 발단은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쟁을 두고 발생한 미국과 프랑스의 첨예한 대립. 사사건건 반대하는 프랑스 때문에 속이 뒤틀린 미국 하원의원들이 하원 건물 내 구내식당의 메뉴에서 ‘French fries’와 ‘French toast’를 빼버린 것. 대신 추가된 새 메뉴명은 이름하여 ‘Freedom fries(자유 감자)’ 와 ‘Freedom toast(자유 토스트)’. 사실 똑같은 음식이다.

미국은 역사가 짧은 나라다. 프랑스에 대한 미국의 동경심이 어느 정도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고 어느 정도는 환상 속에 부풀려진 것으로 본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옛날과 달리 요즘 미국 젊은층 사이에선 프랑스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심이 좀 시들었다는 점. 그들은 자기들 스스로 프랑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love and hate relationship(애증의 관계)’이라 한다.

-끝-

김태영 외화번역가·홍익대 교수 tae83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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