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일선 검찰청에 공판(재판 수행)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둔 ‘무죄 선고 방지대책’을 내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의 조치는 법원이 지난해 말부터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 박주선(朴柱宣) 전 민주당 의원, 이인제(李仁濟) 자민련 의원 등의 사건에서 이전보다 엄격한 증거를 요구하며 무죄를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본보 23일자 A10면 참조
검찰은 우선 일선 검찰청이 중요사건 피의자를 기소할 때는 반드시 차장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공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기소의 타당성 등을 따지도록 했다.
공소심의위원회의 기소 결정에 따라 사건이 재판에 넘어가면 수사 검사는 다른 사건의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특별공판팀’에 배치돼 해당 사건의 공소유지에 전념한다.
지금까지는 상당수 중요 사건에서도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공판전담 검사가 재판 진행을 맡아왔다.
검찰이 인지해 기소한 중요사건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특별수사평가위원회’를 통해 △무죄 선고 이유 △객관적 증거의 구비 여부 △기소와 공소유지의 적정성 등에 대한 철저한 사후 평가를 하도록 했다.
대검은 이달 중 대검 중수부 과장 등이 참여하는 특별수사평가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이 위원회에는 대학 교수와 시민단체 회원 등 외부인사도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뇌물수수와 불법 정치자금 사건은 반드시 영상녹화를 실시할 계획이다. 문서 형태의 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영상녹화를 통해 증거능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계좌추적과 금융분석 등 전문 분야의 수사인력을 늘리고, ‘디지털 증거 수집·분석 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박 중수부장은 “최근 무죄판결은 대부분 진술증거에 대한 법원과의 견해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법원 재판의 경향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어 자성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그러나 법원의 재판이 너무 직접증거 위주로 진행되면 일선 수사검사들의 부패 수사의지가 꺾일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정치인 사건의 재판 상황 | ||
정치인 | 주요 공소사실 | 무죄(또는 무죄취지) 판결 이유 |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 현대 비자금 150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은 사리에 맞지 않고 일관성이 없다.” |
박주선 전 의원 | 현대 비자금 3000만 원 받은 혐의(뇌물수수) | “돈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직무 관련성 없어 보인다.” |
박광태 광주시장 |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위원장 시절 현대건설에서 청탁 대가로 3000만 원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 수수) | “박 시장의 검찰에서의 자백이나 돈을 건넸다는 현대건설 관계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 |
이인제 자민련 의원 |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 “돈을 전달했다는 김윤수 씨 진술에 신뢰성이 없다.” |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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