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맥아더 동상이 ‘제국주의 상징’이라니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인천 자유공원 안에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동상 철거를 주장해 온 일부 진보단체가 ‘동상 끌어내리기’ 행사를 내달 제헌절에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맥아더 동상은 제국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내세운다. 이들의 주장에 담긴 사실관계와 논리의 왜곡, 비뚤어진 역사인식이 우려스럽다.

맥아더 장군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으로서 인천 상륙작전을 성공시켜 한국을 공산주의 적화(赤化)로부터 구한 인물이다. 제국주의가 그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면, 김일성의 남침(南侵)을 승인하고 이를 지원한 구(舊)소련이야말로 제국주의의 표본이다. 유엔은 소련의 팽창주의에 맞서 참전을 결정했고 맥아더는 그 사령관으로서 전쟁을 지휘한 것이다. 6·25전쟁의 원인에 대한 논쟁은 이미 수정주의자들의 패배로 귀결된 지 오래다.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려는 이들은 전후(戰後) 한국이 미국에 예속돼 신(新)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주장을 신봉하는 모양인데, 이 또한 오래전에 폐기처분된 낡은 좌파이론에 불과하다. 반미(反美) 자주를 외쳐 온 북한 정권하의 주민 참상을 보고서도 그러는가.

이들 단체의 철거 운동은 ‘가장 반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정권의 출범과 무관치 않아 보이지만,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6·25 때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고 한 바 있다. 이념으로 역사를 윤색하거나 훼손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왜곡된 역사인식은 반드시 반작용을 낳는 법이다. 한편에서 보수단체들이 철거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충돌이 우려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논쟁이고 충돌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미동맹의 이상 징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철거되는 모습이 세계와 미국의 안방에 생생하게 전해진다고 생각해 보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