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직능단체의 분화를 사회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확산되는 이념적 분화의 반영으로 보면서도 각 부문의 주류세력 교체를 통해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려는 정권 측의 의도가 투영됐다면 시민사회의 정치종속화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호기(金晧起·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과거 진보적 진영이 우세했던 시민단체 영역에서 보수성향의 단체가 늘고 과거 보수적 영역이 우세했던 직능단체 영역에서는 진보성향의 단체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일영(金一榮·정치학) 성균관대 교수도 "향군에 대항해 평군이 생겨나는 것이 보수의 아성이었던 안보 영역에 대한 진보의 도전이라면, 민변에 맞서 시변이 생겨난 것은 진보진영의 권력 장악에 대한 보수적 반작용"이라고 해석했다.
조대엽(趙大燁·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권위주의 정부 아래서 직능단체가 친정부 성향과 반정부 성향으로 나뉘었다면 탈권위주의 시대가 되면서 직능단체의 내부이익의 다기화로 분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치 로비가 양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능단체의 내부 균열은 결국 교섭능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과도기적 단계가 지나면 재규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호기 교수는 "직능단체 다원화는 기존 직능단체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반발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이념의 과잉은 결국 시민사회를 정치사회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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