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교원대 교직원인 헤링손 씨가 바쁘게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그의 남편 야코프 라피두스(26) 씨는 생후 1년 4개월 된 딸 마이야 양을 돌보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헤링손 씨는 “처음 1년간은 내가 육아휴직을 했고 지금은 남편이 육아휴직 중”이라며 “스웨덴에서는 남편들이 당연히 육아휴직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아침마다 ‘탁아전쟁’을 치르는 한국의 젊은 맞벌이 부부에게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육아와 일이란 두 개의 짐을 지고 일하는 엄마는 힘들다. 빌딩 숲을 배경으로 가방을 멘 채 아이를 안고 다른 손에는 서류뭉치를 들고 출근하는 직장여성의 모습을 연출해 봤다. 전영한 기자 |
퇴근 무렵 이번에는 아이를 찾아오는 문제로 분초를 다투게 된다. 남편에게 ‘SOS’를 치기도 하지만 “회사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다. 난 모르겠다”는 한마디면 끝이다.
육아휴직을 고려해 보지만 업무 공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동료들의 눈총이 따갑다. 해고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아내도 이런 처지인데 남편의 육아휴직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결국 ‘일이냐, 아이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한국에서 출산휴가를 한 여성 중 육아휴직 비율은 25.6%, 합계출산율은 1.19명이다.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 경우는 지난해 모두 181명이다. 스웨덴에서는 여성은 100% 가까이, 남성은 77%가 육아휴직을 한다. 이 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65명으로 올해는 1.8명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진국의 육아휴직 제도는▼
스웨덴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 인적자원 및 조직개발부에 근무하는 크리스틴 노스홀름(52) 씨는 15년 전 딸을 낳은 뒤 1년 4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노스홀름 씨가 쉬는 동안 회사는 임시 직원을 채용했으며 그는 휴직 후 같은 부서 같은 직위로 복귀했다. 출산 후 그는 경력을 쌓아 선임사원에서 이사로 승진했다.
“육아휴직을 한 게 승진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타협할 수 없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데 리더가 되기 위한 좋은 경험이었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육아휴직을 업무의 중단이 아니라 커리어의 지속으로 본다. 육아휴직 후에는 원래 업무로 복귀하는 게 원칙이며 업무 공백은 아웃소싱이나 동료의 지원으로 메운다.
이 나라에서도 처음부터 이런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1970년대 저출산 현상을 겪으면서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고 사회가 이를 수용하면서 1990년대 들어 서서히 성과가 나타났다.
저출산 현상을 먼저 겪었던 유럽 국가들은 육아부담 때문에 집으로 돌아갔던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내면서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는 1990년 56.6%에 불과하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03년에는 72.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출산율도 1.8명에서 1.9명으로 올랐다.
위베르 브랭 국립가족단체연합(UNAF) 회장은 “프랑스의 인구정책과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정책을 쓰면 여성들이 직장생활과 육아 및 가사를 병행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라며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으면 출산율도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파쿼터제’ 효과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이 길고 소득보전을 잘해주는 대표적인 나라가 노르딕 3국(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이다.
하지만 휴직기간을 무작정 늘리는 게 정답일까. 전문가들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답한다.
장지연(張芝延)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아휴직을 장려하면 출산율은 높아지겠지만 유럽 국가들처럼 3년간, 총급여액의 대부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은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되며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자가 너무 오래 현업에서 떨어져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아이를 셋 낳으면 이론적으로 9년이나 쉴 수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강조되는 것이 아버지의 육아휴직 참여.
실제로 유럽에서도 최근 수년간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더욱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1993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스웨덴(1995년), 덴마크(1999년), 이탈리아(2000년)가 육아휴직의 일정기간은 반드시 아버지가 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아버지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파파쿼터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도보다 중요한 건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 아직도 3개월 출산휴가를 하는 데 있어 직장생활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장모(30) 씨는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출산을 앞둔 2월 퇴직 권유를 받았다. 장 씨는 노동부 등에 병원장을 부당 해고로 고발했지만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가 많아 제대로 구제받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에 접수된 임신 및 출산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441건으로 이 가운데 해고 및 불이익 문제에 대해 상담한 건수가 103건(23.4%)이나 됐다.
10년 전부터 저출산 대책을 세웠지만 직장문화가 한국과 비슷해 올해 또다시 사상 최저의 출산율을 경신한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아버지 출산휴가와 의무육아휴직 | ||
출산휴가(급여) | 의무육아기간 | |
덴마크 | 2주(임금 100%) | 2주 |
노르웨이 | 4주(부모 휴가의 일부) | 4주 |
스웨덴 | 2주(임금 80%) | 9주 |
프랑스 | 2주(임금 100%) | ― |
네덜란드 | 2일(임금 100%) | 부모 육아휴직개별적 사용 (52주) |
영국 | 2주(임금 44%) | 〃 (26주) |
미국 | ― | 〃 (12주) |
한국 | ― | 도입 논의 중 |
①아버지의 의무육아기간은 육아휴직 중 일정기간을 아버지가 사용해야 하며 만약 사용하지 않을 경우 어머니가 대신 쓸 수 없게 하는 것. ②스웨덴과 한국은 2005년 기준, 나머지는 2000년 기준.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스톡홀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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