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유원규·柳元奎)는 지난달 29일 금융기관은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호텔 경영업체인 경안건업은 2002년 8월 회사 소유의 토지를 매각했다.
이 회사 관리이사 최모 씨는 토지를 산 사람에게서 받은 중도금 3억 원을 횡령하기로 마음먹었다.
최 씨는 중도금을 받은 당일 농협을 방문해 얼굴이 닮은 친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2억8000만 원권과 2000만 원권 자기앞수표를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17장과 100만 원권 자기앞수표 21장, 현금 등으로 교환했다.
최 씨는 다음 날 농협 지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친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뒤 캐나다로 출국했다.
이에 앞서 최 씨는 사진만으로는 형의 얼굴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외모가 비슷한 점을 이용해 2001년 6월 여권을 발급 받을 때도 신분증은 친형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
경안건업 측은 “최 씨가 제시한 운전면허증 사진과 실물을 농협이 제대로 대조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농협 직원들이나 구청 여권과 직원들이 모두 운전면허증 사진과 최 씨 얼굴이 다르다고 인식하지 못한 사정에 비춰 금융기관 직원들이 기울여야 할 평균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패소 판결했다.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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