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따뜻한 法이야기 싣습니다…매주 월요일 연재

정년퇴임을 앞둔 어느 법원장이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똑똑함을 버려라. 무식해져라. 무식해지기 힘들면 무식한 척이라도 해라.”

이게 무슨 말인가요?

올 3월 이 법원장이 근무하던 법원에서 있었던 일화를 보시면 그 의미를 좀 알 것 같습니다.

법원에서는 ‘이혼 전 상담’ 제도를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이혼을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전문가들로 이뤄진 상담위원회의 상담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기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담위원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했습니다.

한 기자가 “왜 이혼 상담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이혼의 심각성, 가족의 파괴, 비행 청소년과 사회 문제….”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뭔가 얘기가 잘 안 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법원장이 나섰습니다.

“거 말요. 기자분들, 여러분이 이혼하면 여러분이나 자녀들이나 살맛 나겠습니까? 이혼하면 살맛 나지 않는다고 하니 이혼을 좀 막자는 거지요.”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법원장의 퇴임식에서 한 상담위원이 한 이야기입니다. 법원장은 똑똑한 설명보다 ‘무식한’ 설명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는 겁니다.

법과 법조인,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 ‘똑똑’합니다.

저희는 그 똑똑함을 버리고 독자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 새로운 ‘법조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동아일보는 2000년 4월부터 1년간 국내 언론 사상 최초로 법률전문 지면인 ‘로 섹션, 아하! 법’을 연재했습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다시 로 섹션을 만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딱딱한 법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오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