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부모 찾아온 입양인-입양 보낸 미혼모 만남

  • 입력 2005년 7월 4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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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보냈던 어머니를 아직 원망하고 있나요?”

2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미혼모 숙박시설 ‘아침뜰’. 미혼모 A(20)씨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자 다른 미혼모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자라면서 인종차별을 당하지는 않았나요?” “입양한 집의 가족들은 핏줄처럼 잘 돌봐주던가요?”

이날 아침뜰에서는 국내외로 자녀를 입양 보낼 예정인 이 시설의 미혼모 15명과 과거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친부모를 만나러 한국을 찾은 입양인 26명의 만남이 홀트아동복지회 주선으로 이뤄졌다.

이들 입양인들은 친부모들이 만나기를 거부하는 바람에 3, 4명만이 상봉의 뜻을 이뤘다.

미국 뉴저지주에서 온 미아 진 데이비스(20·여·대학생) 씨는 “어머니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기 때문에 원망하지 않으며 단 한 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을 뿐”이라며 “어머니를 만나면 꼭 끌어안고 그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어머니가 할머니께 맡겼지만 할아버지마저 곧바로 돌아가셔서 입양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8세부터 50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다른 입양인들도 따뜻한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상황을 이해해요,” “미국의 부모님이 친자식처럼 사랑해줬어요.”

대화는 어느 순간 눈물로 이어졌다. 미혼모들은 십수년 후 입양 보낸 자식을 만나고 있는 것처럼, 입양인들은 자신들의 친부모를 만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입양인들은 이날 미혼모들에게 미리 준비해 온 인형과 목욕용품, 출산용품 등 선물을 전달했다.

정영선 홀트아동복지회 충청아동상담소 상담원은 “입양인들이 가져온 선물은 딸과 아들이 엄마에게 주는 선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화해의 선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홀트아동복지회 대전후원회 배영자(62·여) 씨와 김태영(30) 씨, 이윤정(66·여) 씨 등 10명은 이들 입양인들을 2, 3명씩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 한국가정생활을 체험토록 하는 ‘홈스테이’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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