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후 첫 휴가를 나온다는 연락을 받고 대전에서 두 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하던 날 너는 국방색 러닝셔츠에 군번줄을 목에 건 늠름한 군인아저씨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었지. 그때 거수경례를 하던 너를 덥석 껴안은 채 나는 한참을 서 있었다. 아무런 말도 필요치 않았다.
간단한 간식거리도 차려주지 않으면 먹지 않던 네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가 하면 휴가 동안 집안일을 돕겠다고 나서기도 했지. 몰라보게 달라진 너를 보며 군대 갔다 오면 사람 된다는 말을 실감했단다. 병무행정에 몸 담아온 나로서는 실로 오랜만에 내가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감동을 안겨주고 네가 귀대한 다음 날 전방부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를 보고 나는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필이면 네가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서…. 군인이 죽어야 한다면 적과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산화할 전장(戰場)이지, 내무반에서, 그것도 동료병사의 총에 쓰러진다는 것은 너무나 어이없고 너무나 참혹했다.
억울한 네 동료병사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지키다 죽어간 이 나라를 위해 너희들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길뿐이다. 비록 당장은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는 가운데 얻게 되는 2년간의 군 경험은 남자에겐 평생 보이지 않는 보약이 된단다.
아들아.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 군인인 너는 전방에서 보초 잘 서고, 이 아비는 장정들을 잘 선별해서 입영시키는 것, 이것이 너와 네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겠니. 보고 싶다 아들아.
정환식 대전충남지방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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