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진입한 일본…실버산업 우후죽순▼
지난달 8일 낮 12시 일본 도쿄(東京) 주오(中央)구 쓰키치(築地)에 있는 한 편의점. 50대로 보이는 남자 5, 6명이 줄을 서서 ‘도시락 서핑’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튀김이나 돈가스 도시락뿐 아니라 장년층을 위한 생선구이나 불고기 도시락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한쪽에는 슈퍼마켓에서나 볼 수 있는 야채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젊은층을 위한 곳이었던 편의점들이 요즘은 고령자 고객을 붙잡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저팬에 따르면 50세 이상 고객 비율이 5년 전 14%에서 최근 22%로 늘었다.
서울시내 한 백화점 유아매장의 한산한 모습. 신생아 감소는 관련 산업의 쇠퇴를 불러오고 생산가능인구와 소비자까지 줄여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전영한 기자 |
많은 기업이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구매력 있는 노인층’을 새로운 고객으로 개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회원제 스포츠클럽들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주요 백화점들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5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를 배치하고 있다.
0∼14세 대상 어린이 의류업체들은 10년 전만 해도 1000개에 이르렀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100여 개로 줄었다.
이렇게 되자 유아 및 교육 관련 산업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젖병으로 유명한 피죤은 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육아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요타, 히타치제작소 등 기업 내 보육시설도 맡아 운영한다.
대학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입학시험 재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학원 시장은 중학·고교 입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스즈키 도루(鈴木透) 국제관계부 제3실장은 “고교 3학년 대신 중학교 3학년생들이 입시반인 ‘예비교(豫備校)’에 들어가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통근·통학 인구가 줄면서 초우량 기업의 대명사였던 대형 민간 철도회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이브는 경영 위기를 겪고 있으며 도부(東武)철도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206개 역 가운데 3분의 1을 자회사에 아웃소싱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국도 변화조짐…산부인과 문닫고 ‘비만 클리닉’으로▼
어린이를 주요 고객으로 한 기업들에 저출산은 ‘발등의 불’이다.
이미 산부인과와 대학 등에서는 타격을 받고 있다.
산부인과는 ‘비만 클리닉’ 등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산부인과의 폐업률(4.5%)은 개업률(2.9%)보다 높고, 올해 사상 처음 전공의 미달 사태에 직면할 정도다.
대학의 경우 국립대는 통폐합하고 수도권 주요 사립대는 입학 정원을 줄이는 구조조정 방안이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분유 회사’로 유명한 남양유업은 이제 간판을 ‘종합 음료회사’로 바꿔 달아야 할 판이다. 이 회사는 1995년부터 전체 매출에서 분유가 차지하는 비중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현재는 20% 선까지 낮췄다. 대신 우유, 발효유, 음료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분야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분유 이외의 분야에서 10개의 신제품을 냈을 정도.
젖병과 유아용 스킨케어 제품을 만드는 보령메디앙스는 유아용 프리미엄 의류 쪽으로 분야를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올해 노인용 기저귀 사업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노인용 스킨케어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모아베이비’를 생산하는 유아복 업체 큐엔에스도 일본의 피죤처럼 유아 교육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기업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한 변화를 절감하지 못한다.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백화점이나 여행업계에서 ‘실버들을 위한 패션’이나 ‘실버 여행’ 상품을 내놓는 정도.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具本寬) 수석연구원은 “인구 구조 변화는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제 산업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日마쓰시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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