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족 “경험만한게 없지”▼
▽경험이 최고=부산 D대 유통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무건(25) 씨는 방학 때면 어김없이 현장으로 달려가 일을 배운다.
김 씨는 4일 오전 5시 50분에 일어나 토마토주스 한 잔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다.
첫 번째 아르바이트는 무가지 신문 배포. 부산의 2호선 경성대 지하철역에서 오전 6시 반경부터 8시 반경까지 가판대를 펴고 무가지 신문을 쌓아 놓는다. 시간당 5000원을 받는다.
오전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2호선 전포동역에 있는 대형 할인매장 ‘까르푸’로 가서 본격적인 하루 근무를 시작한다. 오전 9시부터 매장 개장에 앞서 상품의 가격표를 체크한다.
영업시간에는 매장 곳곳에 할인행사를 알리는 깃발과 현수막을 붙이고 스티커로 매장 바닥을 장식하며 곳곳을 돌아다닌다.
오후 6시에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자신이 구입한 중고품을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경매에 내놓은 물건은 영화 DVD, 옷, 책 등 다양하다. 유명 의류를 싼 곳에서 구입해 경매에 부쳐 돈을 벌기도 한다.
그는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를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광고를 올리고 물건을 사고파는 데 쓴다.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에는 일을 해서 모은 돈으로 경매할 물건을 구하러 다닙니다. 이때 물건을 보는 안목이 중요하죠. 이런 경험이 장래에 마케팅이나 전자상거래 분야에 취업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무가지 배포, 할인매장 아르바이트, 인터넷 경매로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를 버는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업을 위해 현장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일을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스펙족 “자격증이 최고지”▼
▽공부가 살 길=5일 오전 8시 휴대전화 알람 소리가 들렸다. 서울 K대 4학년 박경현(가명·26) 씨는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침은 지하철 2호선 안에서 김밥으로 해결했다.
첫 번째 행선지는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학원. 전기기사 자격증 준비반이다. 오전 9시에 도착했더니 강의실은 이미 다른 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8월 시험을 대비해 빡빡하게 진행됐다. 3시간 반 수업이 금방 지나갔다.
오후 1시경 강의를 마치고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K대 인문관 5층의 강의실로 갔다. 다른 학생 3명과 토익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스터디는 듣기와 문법 분야의 문제를 풀고 서로 설명해 주는 방식. 오후 3시부터 5시간 공부를 하는 동안 휴식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스터디 모임이 오후 8시에 끝나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학교 도서관 책상에 앉았다. 자격증 시험에 대비한 문제풀이에 몰두했다.
지하철을 타고 밤 12시경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 수는 없다. 토익 스터디에서 풀어봤던 문제를 복습하고 내일 스터디에서 설명할 문법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 일과는 인터넷에서의 취업 정보 확인. 취업 관련 카페에서 지난해 공기업 채용 시험 합격자의 스펙(spec)을 점검했다. 스펙은 ‘specification’에서 따온 말로 ‘취업 시 제출할 자신의 객관적인 조건’을 말한다.
“지난 학기까지는 학점관리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토익점수를 올려놓고 다시 전기기사 자격증과 한자 2급 자격증을 딸 생각입니다. 제가 원하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 최상의 스펙을 만들어 나가야죠.”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손민정(연세대 경영학과 3년) 임우선(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