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 ‘서울대와의 전면전’ 나선 까닭은

  • 입력 2005년 7월 7일 03시 09분


심각한 黨政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병문 열린우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서있는 이)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심각한 黨政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김진표 교육부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병문 열린우리당 제6정책조정위원장(서있는 이)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서울대의 2008학년도 대학입학 전형 기본계획 발표 뒤 촉발된 ‘본고사 부활 논란’에 대해 당정이 서울대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대입 선발 방식의 문제뿐 아니라 계층 간 갈등 문제가 내포된 데다 서울대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파문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당·청 파상 공세 배경=열린우리당이 6일 서울대 입시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사교육비 경감, 부동산 투기 방지대책과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등 ‘3불(不)정책’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입시안 발표 이후 사교육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며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논술학원 수강생이 6배 정도 늘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 기본계획의 주 내용인 '통합형 논술 도입'을 본고사 부활시도로 규정하고 법을 제정해서라도 저지하기로 나섰습니다. 여권의 이런 방침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찬성
반대
잘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정부 정책으로 시정이 안 되면 3불정책을 고등교육법에 명문화해서라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노동당 최순영(崔順永) 의원은 관련법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같은 기류는 서울 강남에 명문대 진학 실적이 좋은 고교가 있는데 본고사까지 부활되면 이들 지역이 더 유리해지고 부동산값 상승 원인이 될 것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서울대 폐지론까지 거론하는 등 현 정부의 서울대 인식이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여기에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3불 정책의 재고를 촉구하는 등 정부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했고, 여당에서는 정 총장 사퇴 요구를 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여당이 강공을 취하는 이면에는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사교육과 본고사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추락한 여론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흔들리는 교육부=서울대는 6월 27일 지역균형선발전형, 특기자전형, 정시모집을 3분의 1씩 뽑고 논술고사의 유형 다양화와 함께 정시에서 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0여 개 시민 교원단체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은 사실상 본고사이며 특기자 전형을 확대한 것은 특수목적고를 위한 정책”이라며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입시안 철회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교육부는 처음에는 “전형을 다양화한 것으로 바람직하다. 시민단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4일 “대학들이 논술을 본고사처럼 치르겠다는 것은 가장 나쁜 뉴스”라고 언급한 뒤 상황은 급반전됐다. 당정회의 이후 교육부는 “(기존) 입장이 바뀌었다”고 시인할 정도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에는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서울대 입시안 때문에 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교육부는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와 사교육시장이 ‘통합교과형 논술=본고사’란 인식을 한다면 문제가 있으며, 공교육 정상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심증만 갖고 대학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 자율권이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가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與圈 뭘 문제삼나▼

열린우리당은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본고사 부활 시도라는 주장이다.

서울대의 통합형 논술은 인문계열은 역사와 사회, 언어와 문학, 철학과 예술 등을, 자연계열은 인문과 수리, 과학 등을 연계해 다양한 유형으로 출제한다는 것이다. 영어지문을 주고 이를 단순히 해석하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것이 한 예이다.

일선 고교에서 일반 논술도 힘든 판에 교과 실력을 평가하는 통합형 논술은 사실상 가르치기 불가능하고 결국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대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교과과정을 기초로 관련 독서를 얼마나 했는지 평가하겠다는 것이므로 단순히 교과 지식을 암기해 푸는 과거의 본고사와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교조 등은 정원의 3분의 1을 뽑는 특기자 전형은 특목고 출신을 독차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목고를 위한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서울대가 거부하고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지방 비평준화고 출신에게 유리한 특기자 전형을 만든 것도 사실상 고교를 등급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수능과 내신 성적이 등급제로 바뀌면서 변별력이 떨어졌는데 논술 비중을 높인다고 대학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입 통제나 국가 독점주의적 발상이며, 3불정책 법제화는 국민여론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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