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가슴 따뜻한 검사’ 5만원 훔친 20세 청년 생모 찾아줘

  • 입력 2005년 7월 9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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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보다 올바른 사회인으로 돌아가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 황인규(黃仁奎·사진) 검사가 절도 혐의로 붙잡힌 청년의 생모를 십수 년 만에 찾아 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의 횟집에서 5만4000원을 훔친 혐의로 구속된 허모(20) 씨를 조사하다 딱한 생각이 들었다.

가족관계를 묻던 황 검사는 기구한 사연을 듣게 됐다. 허 씨의 생모는 허 씨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가고 친부는 중학교 2학년 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여동생과 함께 공장 근로자, 술집 웨이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지만 나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그러다 사고로 발목 인대가 파열돼 병원비로 그동안 모은 돈을 다 날리자 돈에 유혹을 느꼈던 것.

황 검사는 “단순 절도 사건인데도 주거가 일정치 않다는 이유로 전과가 없는 청년을 구속 수사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황 검사는 허 씨 생모를 찾아 주기로 했다. 그러나 허 씨의 생모는 이미 재혼을 해 새로운 가정이 있었다. 허 씨도 황 검사도 생모에게 연락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어머니를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라는 허 씨 여동생의 간절한 소망에 생모를 설득해 만남을 주선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황 검사는 허 씨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피해를 본 횟집 주인도 사연을 듣고 흔쾌히 용서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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