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심 제도=미국의 배심제는 두 가지다. 소배심(Petit Jury)은 재판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이고, 대배심(Grand Jury)은 피의자를 기소할지를 판단하는 배심이다.
미 연방헌법은 사형 또는 자유형(징역 등)에 해당하는 범죄는 반드시 대배심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는 검사가 아니라 대배심이 판단한다. 특별검사는 밀러 기자에게 대배심에서 누가 플레임 씨의 신분을 말해 주었는지 증언하도록 했다.
대배심에서는 피의자나 증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거의 없다. 묵비권도 없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없다.
▽법원모욕죄=밀러 기자가 증언을 거부하자 특별검사는 법원에 밀러 기자를 상대로 ‘증언강제 신청(Motion to compel testimony)’을 냈다. 이 사건을 맡은 토머스 호건 판사는 밀러 기자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밀러 기자는 거부했고 호건 판사는 법원모욕죄(Contempt of Court)를 적용해 18개월 구속 수감을 결정했다.
한국에서의 법정모욕죄(형법 138조)는 법정에서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에 국한되지만 미국에서는 판사의 명령이나 재판 절차를 따르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좀 쉽게 말하면 밀러 기자는 범죄 혐의로 기소돼 법정구속된 것이 아니고, 일종의 민사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법원에 의해 ‘감치(監置)’됐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판사가 기자에게 취재원 공개를 명령할 수 없다. 다만 기자가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을 때 취재 근거(취재원 등)를 밝히지 않을 경우 판결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간접적인 제재만 있을 뿐이다.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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