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포털사이트 뉴스 연예정보 ‘편식’

  • 입력 2005년 7월 13일 03시 10분


대학원생 김수진(26·여·서울 성북구 안암동) 씨는 대부분의 뉴스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다.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포털 사이트 뉴스를 클릭하던 그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연예뉴스를 주로 본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됐다.

“포털 사이트 첫 화면 중 눈에 띄는 기사를 클릭하게 되는데 그게 대부분 연예기사죠. 이젠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연예뉴스를 조회하는 것 같아요.”

○연예 조회수>정치+경제+사회 조회수

인터넷 광고업체 나스미디어가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누리꾼(네티즌)의 85.7%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얻는다.

본보가 인터넷 조사기관 코리안클릭(www.koreanclick.com)에 의뢰,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점유율 기준으로 국내 3대 포털 사이트로 꼽히는 다음(39.2%) 네이버(32.91%) 야후코리아(8.48%)가 전체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0.59%. (6월기준)

일부 포털 사이트의 점유율 독과점 못지 않게 누리꾼들이 보는 뉴스의 종류도 편향돼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보는 뉴스 중 연예뉴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 코리안클릭 조사에 따르면 2005년 1∼6월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의 뉴스 서비스에서 연예뉴스 조회 수(42억6777만2430)는 정치, 경제, 사회 뉴스 조회 수를 합친 건수(40억9150만8963)보다 많았다.

○정보 편식, 무엇이 문제?

언론학자들은 한국의 미디어 환경에서 포털 사이트 뉴스가 기사를 모아주는 ‘전달자’ 역할을 넘어 네티즌의 뉴스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저널리즘의 한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문사, 방송사 등 기존 언론사가 고른 정보들을 다시 선별하는 포털 사이트의 ‘제2차 게이트키핑(Second Gatekeeping)’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

주요 포털 사이트 모두 첫 메인 페이지 뉴스섹션에서 정치, 사회, 경제 등의 기존 뉴스 구분을 없애고 연예, TV소식 등 연예 기사를 위주로 하위 검색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또 메인 페이지 뉴스 섹션 중 신문의 1면 기사같이 주목도가 높은 ‘사진 기사’는 연예 기사인 경우가 많다.

9, 10, 11일 3일간 다음, 네이버, 야후코리아 3대 포털 사이트에 실린 뉴스 중 조회 수 3위 안에 드는 뉴스를 분석하면 이 중 절반이 넘는 14개가 연예뉴스다. ▶표 참조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의 양적인 치우침도 문제지만 뉴스 내용이 지나치게 가십성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을 다루는 것도 생각해 볼 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장동건, 최지우 결혼설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급속히 확산돼 당사자들이 해명에 나선 해프닝이 한 예.

○포털 사이트 저널리즘?

전문가들은 포털 사이트 뉴스 소비에서 드러나는 정보편식증이 △시민들의 건강한 저널리즘을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사실과 소문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해 저널리즘의 취재 질을 떨어뜨리며 △전체적인 언론 매체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지적한다.

김무곤(신문방송학) 동국대 교수는 “포털 사이트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다 보니 자신들을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하루 1000만 명 이상이 포털 사이트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편집은 그 자체로 엄연히 저널리즘 행위”라며 “연예, 선정적 뉴스를 지양하고 전문적인 뉴스 게이트키퍼를 양성하는 등 포털 사이트 뉴스를 저널리즘의 위치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3개 포털사이트 7월9~11일 조회수 3위권 기사
-네이버뉴스야후코리아미디어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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