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개똥녀' 어찌할까요?

  • 입력 2005년 7월 14일 16시 23분


지난해 7월말 충북의 유명 피서지인 화양계곡에서 피서객들끼리 시비가 붙었다.

점심을 먹고 두 자녀와 함께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김모(37) 씨는 상류에서 떠내려 오는 비누 거품을 보고 기분이 상했다.

비누 거품을 따라가던 김 씨는 20여m 상류에서 한 40대 여성이 애완견을 목욕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여성 옆에 있는 비닐 봉투에는 애완견의 용변이 담겨 있었다.

“사람이 노는 물에서 어떻게 개를 씻길 수 있느냐”

“얘는 내 자식과 같아서 함께 피서를 왔다. 사람은 씻어도 되고 개는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나.”

언성을 높이며 한참을 싸우던 두 사람은 주위 피서객들의 만류로 겨우 싸움을 그만뒀다.

김씨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에서 용변 본 개를 씻긴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느냐”며 “그 물에서 우리가 놀았다고 생각하니 너무 찝찝하다. 개 때문에 우리 가족의 피서를 망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마다 피서철이면 해수욕장과 계곡에서 애완견을 둘러싼 크고 작은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용변을 치우지 않아 인격시비까지 일었던 ‘개똥녀’ 사건으로 공공장소의 애완견 출입 논란이 어느 때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3일 강원도 경포대해수욕장에서는 일부 피서객들이 애완견과 함께 백사장을 거닐며 해수욕을 즐기다 다른 피서객들의 항의와 눈총을 샀다.

모래장난을 즐기던 몇몇 아이들은 해변을 마구 뛰어다니는 개에 겁을 먹고 부모 품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피서객 정진영(40) 씨는 “개가 해수욕장에서 놀다보면 모래사장에서 오줌도 눌 수 있고 개털도 빠질텐데, 우리가 그 모래에서 놀고 모래찜질도 한다고 생각하니 불쾌하다”면서 “위생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공공장소에는 개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해수욕장을 개장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아직 애완견 관련 사건접수는 없었다”면서도 “해마다 애완견을 둘러싼 비시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개똥녀’ 사건 때문에 민감해져 시비가 잦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애완견을 기르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서지에 애완견을 데려오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김기현(43·서울 성동구) 씨는 “기르는 사람은 개가 사랑스러워 함께 피서를 즐기고 싶겠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며 “개가 뒹굴며 논 모래에서 수영복만 입고 모래찜질을 하고 싶지는 않다. 피서지에 개의 출입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완견 주인들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용변 주머니를 꼭 챙겨오고 목줄을 맨다”며 “피해를 주지도 않는데 무조건 눈총을 주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국애견협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개 때문에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애견인의 에티켓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법으로 개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 보다는 해수욕장에 임시 개 보관소를 만들고 공원에 용변봉투를 두는 등 개와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수욕장과 계곡에는 개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외 지역은 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