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20일 장학금 전달하는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 회장

  • 입력 2005년 7월 19일 07시 43분


“마지막 장학금이 될 것 같아 무척 아쉽습니다.”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安牧丹·70·여·대구 수성구 파동) 회장은 20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지산동 목련회관에서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3학년 이호승(22) 씨 등 전국의 미망인 자녀인 대학생 24명에게 장학금 2250만 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1988년 목련장학회를 만들어 전국의 중고교생 및 대학생 31명에게 장학금 310만 원을 처음 지급한 이후 지금까지 19차례 걸쳐 1021명에게 전달한 장학금은 총 4억8000여만 원에 이른다.

군용 속옷(팬티)을 납품하면서 미망인 자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20년 가까이 해왔지만 이 사업도 올해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 회장은 “최근 국회가 방위산업청 신설을 의결해 내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면 현재 가동하고 있는 봉제공장의 앞날이 매우 불투명해진다”며 “1972년 당시 공동묘지 터를 군인들이 개간해 공장을 마련했던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미망인들의 자활 기반을 위해 30여 년 전 대구 수성구 지산동에 재봉틀 10대로 시작한 봉제공장은 그동안 3곳으로 늘어났다.

장학금도 1990년대 들어 꾸준히 늘어나 2001년에는 4700만 원, 2001∼2002년에는 각각 1억 원가량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불황은 군수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에는 장학금으로 2300여만 원을 겨우 지급했고, 공장 3곳 가운데 한 곳은 올해 5월 문을 닫았다.

올해는 공장 사정이 어려워 장학금을 줄 형편이 못됐지만 중단하기가 아쉬워 지난해 수준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는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전국 4만여 명으로 추정)의 ‘산 증인’이다. 전쟁 때 만나 결혼했던 남편은 1962년 경북 영천에서 작전 중 순직했다.

내년부터 미망인 자활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한 복지사업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안 회장은 “전쟁 미망인들은 대부분 고령이라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며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그동안 장학금을 받은 1000여명의 학생들이 훗날 훌륭한 인재로 자라 주위의 어려움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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