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논술수업’ 하긴 하는데…일부학교 방학 보충수업 편성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주요 대학 2008학년도 입시계획안이 발표되면서 일선 고교 1학년 여름방학 보충수업에서 논술 수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별 논술고사 유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데다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한 형편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

▽논술 보충수업 등장=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이화여대부속고는 여름방학에 처음으로 1학년 논술강좌를 신설했다.

오선차랑(吳善次郞) 교감은 “학생들이 논술 때문에 불안해해서 학교에서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신청자가 60명이 넘을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중랑구 망우동 송곡고는 1학년 논술강좌를 열고 논술 관련 박사학위를 소지한 전문강사에게 수업을 맡기고 있다. 현재 신청인원은 30여 명. 이 학교 김병천(金昞千) 교사는 “아직까지는 통합논술에 익숙하지 않은 학교 교사보다는 전문강사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논술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숙명여고 1학년 서해리(16·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은 “학교에서도 학원처럼 중급, 고급 등 다양한 논술강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엇갈린 반응=논술 강의를 개설하려다 신청하는 학생이 없어 폐강하거나 보류하는 학교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정고는 논술 강좌를 포함해 1학년 보충학습 계획을 세웠지만 학생들의 신청이 거의 없어 모두 폐강했다.

강남구 일원동 중산고도 1학년 논술 강좌에 4명밖에 신청하지 않아 폐강됐다.

학교 측은 “학교 강의를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논술 시험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정고 1년 김모 군은 “괜히 학교에서 시간 낭비하느니 교재가 충실한 학원에서 배우는 게 낫다”고 말하는 등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전문 교사 부족이나 준비 미흡을 이유로 논술강좌 개강을 미루고 있는 학교도 있다.

종로구 계동 중앙고 윤시탁(尹始鐸) 교감은 “1학년 논술강좌 개설을 고려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2학기로 미뤘다”며 “각 대학의 구체적 논술전형이 나오면 지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고1 딸을 둔 이영현(44·여·서울 양천구 목동) 씨는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쳐준다고 하니 반갑기는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하루빨리 구체적 논술의 틀이 나와야 학생들도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

“학원서 본고사형 논술 강좌 자제를”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19일 문상주(文尙柱) 한국학원총연합회장을 만나 “학원들이 본고사형 논술 대비 강좌를 개설하고 홍보하는 일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대학이 시험 유형을 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학원들이 국영수 위주의 본고사형 논술 강좌를 개설해 집중 홍보하면서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학원계가 정부 시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교육부와 대학이 사전 조율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시안을 발표해 벌어진 혼란의 책임을 학원에 전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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