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축양식으로 1987년 세워진 이 예식장 주변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절벽의 노송과 강물 등이 잘 어우러진 때문.
이 일대가 신라시대 누각으로 임진왜란 당시 소실된 태화루(太和樓) 자리라는 게 향토 사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태화루는 태화사의 종각으로 건립된 뒤 시인묵객들이 음풍농월(吟風弄月) 하는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의 4대 명루로도 불렸다.
문화계를 중심으로 태화루 복원운동이 벌어진 것은 1990년부터. 10억 원의 예산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태화루의 위치를 놓고 의견이 나뉜 데다 예산을 더 확보하지 못해 복원운동은 1996년 무렵 사그라졌다.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태화루 복원 문제가 요즘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굴지의 건설업체가 태화루 옛터를 포함한 2700여 평에 38층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해 최근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 이곳은 법적으로 아파트 건립에 문제가 없다.
예식장 업주는 10여 년 전부터 “태화루 복원을 위해서라면 예식장을 울산시에 팔겠다”고 밝혔지만 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건설업체의 태화루 터 매입 소문이 파다할 때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태화루 터 하나 제대로 못 지키느냐”는 질타의 소리가 나왔고, 일부에서는 “사실상 시가 아파트 건립을 동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박맹우(朴孟雨) 시장은 “태화루를 반드시 복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태화루 옛 터 일대를 ‘상업지역’으로 지정해 개발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바로 울산시다. 이제 개발을 억제하면서 사유재산권을 보장해 주어야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결단이 늦은 만큼 해법을 찾기도 힘든 이 사안을 울산시가 어떻게 풀어갈지에 지역 문화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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