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50∼100년 뒤에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갖춰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갖는 로봇도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로봇의 반란을 점치기도 한다. 과연 인간 수준의 사고방식을 갖춘 로봇은 인간과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오직 인간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양지연 경기 구리시 인창고 1학년
① 인류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하루 한 시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②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류는 좀더 편함을 추구하고자 로봇이라는 기계를 발명하였다. 이미 로봇은 집안청소를 하며, 사람들을 대신하여 일 처리도 하고 있다. ③ 그러나 미래에는 훨씬 더 나아가 로봇 스스로가 생각하고 감정을 가지며 인간처럼 행동할 수 있다고 한다. ④ 심지어 지금도 인간과 같이 직립보행을 하고 있는 로봇도 있다.
⑤ 이런 시대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그 중 하나가 인간과 로봇을 동등하게 대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⑥ 물론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는 로봇이 단지 하나의 기계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아무리 로봇이 감정을 가지고, 생각을 하며, 스스로 행동을 한다해도 그것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⑦ 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간과 로봇은 그 자체로서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로봇을 만든 본래 목적은 로봇이 인간과 사회에 편리함을 주고 봉사토록 하는 것이었다. ⑧ 한데 로봇이 인간과 대등한 입장이 되어버린다면 아마도 이 사회의 질서는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고 공격당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인간은 우리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된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좀더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인격체로 존중받고, 로봇은 단지 봉사수단의 기계로서만 인식하는 것이 ⑨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 첨삭지도
① ‘로봇’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관련돼 있다. ‘세계의 변화’라는 막연한 표현보다 ‘과학 기술’을 주제어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과학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보하고 있다.’
② ‘이러한 변화’라는 불분명한 표현 대신 앞뒤 문장을 고려해 ‘아울러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해 줄 로봇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쓰는 게 더 낫다.
③④ 두 문장의 위치를 바꾸자. 집안을 청소하거나 사람을 대신해 힘든 일을 해 주는 로봇, 인간처럼 직립 보행하는 로봇,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로봇 순으로 문장을 구성해야 로봇의 점진적 발전상을 보여 줄 수 있다. ‘인간처럼 직립 보행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처럼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로봇도 출현할 것이다’ 정도로 고치면 어떨까.
⑤ 문제 제기를 명확히 해 줘야 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가 좋을 것 같다.
⑥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의 의견을 곁들여 이렇게 고쳐보자. ‘어떤 사람들은 인간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이성과 감정이 있다면 더 이상 로봇이 아닌 인간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⑦ 문장의 호응 관계상 ‘기계일 뿐이기 때문이다’가 더 자연스럽다.
⑧ 글의 흐름상 자연스럽지 못해 생략해도 된다. ‘한데’라는 구어적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다.
⑨ 논술문에서 ‘∼생각한다’라는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논술문에서는 단정적 표현이 더 적합하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도로 글을 맺는 것이 좋다.
■총평 배경지식 부족…다양한 분야 책 읽어 보완하세요
글을 풀어 나가는 방향은 잘 잡았다. 명확한 논제 파악을 바탕으로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해도 로봇은 기계일 뿐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뚜렷이 밝힌 것은 뛰어나다. 하지만 두루뭉술한 표현이나 배경 지식이 부족한 점 등은 아쉽다.
‘∼세계는 하루 한 시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많은 문제∼’ 등과 같은 표현은 언급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범하는 잘못이다. 듣거나 본 적은 있는데 확실히 모를 때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논술에서는 문장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 알고 있는 지식이 적기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잘못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앞으로 인문사회,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며 배경 지식을 넓히고 창의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생각 넓히기
자연계 논술 답안은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교과서의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적 논거를 포함해야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① 로봇이 무생물이며,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생명체여야 한다. 생물은 물질대사와 발생, 생장과 항상성을 통해 개체를 유지한다. 또한 생식과 유전, 진화를 통해 종족을 보존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로봇을 생명체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로봇이 인간 수준의 사고방식을 갖췄다는 사실과 로봇을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는가는 별개다. 미래의 로봇이 생명체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생물Ⅰ)
② 인간 수준의 사고방식을 갖춘 로봇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판단 능력이 인간 수준에 도달했다고 인간과 같은 대우를 할 수는 없다.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화학물질들의 섬세한 반응을 통해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창의성이나 예지력, 인류애 같은 고차원적 정신작용까지 겸비할 수 있을까.(기술가정, 과학)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8월 2일) 주제
최근 ‘내 이름은 김삼순’이란 TV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화장도 하지 않고 뚱뚱한 여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왕자 같은 남자와 맺어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외모도 실력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래서 성별 연령대와 상관없이 성형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800자 이내로 써 보세요.
○ 고교생은 29일까지, 중학생은 8월 5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 글 보낼 곳: nons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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