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시안 논란 어떻게 생각해? 서울대생의 입장 한번 들어 보자.”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이 막혀 무척 당혹스러웠다. 며칠 뒤 군대에 간 친구도 “요새 학교 시끄럽다며?”라고 학교 소식을 물어 왔다. 이러저러하다고 힘들게 설명은 했지만 나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상투적인 얘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일을 겪으며 학교 밖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일에 대해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외부의 관심과 우려에 비해 정작 학생들의 관심은 상당히 저조한 편이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학내 언론에서 기사화해도 뒤따르는 논의는 거의 없다. 도서관이 꽉 찰 정도로 등교하는 학생이 많은 걸 보면 방학 탓을 하기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몇 달 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경우에도 학내 논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 문제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대다수 학생들은 황 교수와 연구 성과를 ‘우리 학교의 자랑’으로만 여기는 분위기였다. 대학에 취업과 자격증 등 실용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아무리 만연했다 해도 학내 문제에 대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외부의 논의만 지켜보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능케 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이지 않은가. 나를 포함한 대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진지하고 발랄하게 논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서울대 입시안 논란은 내게 대학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사건이다.
김란우 서울대 사회학과 3년 본보 대학생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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