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수 고소한 10代 소녀 성폭행 상황 재연 논란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유명 프로농구 선수가 관련된 성폭행 고소사건을 조사하면서 검찰이 고소인인 10대 소녀를 현장 검증에 참석시켜 상황을 재연하게 만들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A(19) 양은 “고교 2학년이던 2003년 7월 함께 술을 마신 농구선수 B 씨가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성폭행했다”고 지난해 12월 B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 양은 수년간 B 씨의 팬클럽 회장을 맡아 왔다.

올해 4월 사건을 넘겨받은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은 두 차례에 걸쳐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지난달 16일 B 씨만 참석한 가운데 1차 현장검증을, 같은 달 28일 A 양과 B 씨를 모두 불러 상황을 재연했다.

검찰은 “A 양이 승용차 뒷좌석에서 성폭행 당했다고 진술한 반면 B 씨는 앞좌석에서 합의하에 성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해 현장검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 양의 가족은 “현장검증 당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 양은 “담당검사가 B 씨와 함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재연하도록 시켰으며 B 씨의 주장처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는 상황까지 재연시키면서 ‘올라타라’는 등의 표현으로 수치심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 측에서 자신들을 배제한 현장검증을 인정할 수 없으니 여성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검증을 재실시할 것을 요구했다”며 “상황 재연은 검사의 지시가 아니라 피해자의 어머니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을 담당한 박모 검사는 “A 양과 B 씨가 2003년 7월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해 왔기 때문에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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