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지금까지 할머니의 묘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묘지의 국내 존재 여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여동생(세례명 누시아·?∼1954) 묘지가 부산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안 씨의 며느리인 오항선(吳恒善·95) 할머니 등에 따르면 안 씨는 1954년 부산 영도구 신선동 2가 자택에서 사망했으며 현재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 교회묘지에 안장됐다.
안 씨의 묘는 당초 영도구 청학동에 있었으나 1974년 이곳에 부산체고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는 것. 묘지에는 ‘안 누시아 성여지묘’라고 적힌 묘비가 세워져 있다. 묘비의 ‘안 누시아 성여’ 중 ‘성여(姓女)’는 안 의사 여동생의 이름이 아니라 안씨 성을 가진 여자란 의미다.
이곳은 안 의사의 유일한 여동생의 묘지이면서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아 묘지 관리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 할머니는 “시어머니는 안 의사의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독립군을 몰래 도왔다”며 “한번은 일본놈들에게 잡혀 9일 동안 감금돼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고 회고했다.
안 씨의 손자 권혁우(權赫宇·61·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광복 후 김구(金九) 선생의 주선으로 서울에 살던 할머니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왔다”며 “당시에는 부산시장이 직접 챙겨줄 만큼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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