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교정청 재소자들 효도편지쓰기 공모전

  • 입력 2005년 8월 2일 07시 21분


“어느 시인은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에 지쳤을 때에도 온다’고 했죠. 하지만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저희들이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전지방교정청이 4월 11∼5월 31일 관내 재소자 8000명을 대상으로 ‘효도편지 쓰기 공모전’을 벌여 최근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A(42·여) 씨의 편지 ‘그리운 어머니’의 앞부분이다.

“그 인생의 겨울날, 칼바람이 얼마나 매섭고 혹독하던지 봄으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만날 수 없는 영원처럼….”

A 씨는 자신의 운명을 갈랐던 1997년 겨울을 떠올렸다. 24살의 나이로 대학 졸업반이던 그는 자신보다 19살 많은 이혼남을 만나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으나 술주정과 폭행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남편을 살해해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8년째 복역 중이다.

그는 이른 새벽 홀로 깨어 참회의 시간을 갖고 있다.

“기상시간 전에 옆 사람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몸을 뽑아 벽에 기대어 앉으면 싸늘한 벽의 냉기가 저를 깨우기 시작합니다. 이 때가 마치 하나님이 양심의 공간에 불이라도 켠 것처럼 제 자신이 가장 분명히 보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의 상념은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내려고 노력했던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어머니는 불행한 결혼을 막기 위해 무진 애를 썼고 그 후에는 불공을 드리러 산사를 오가다 다치기도 했다.

A 씨는 “어머니는 당신 척추라도 빼내어 짚고 일어나라고 하셨다”며 “(복역 만료일에 대한) 기다림이라도 (어머니의) 건강을 지켜주는 비결이 되도록 해달라”고 기원하며 A4용지 5장 분량의 편지를 끝맺었다.

그동안 교정 당국이 가정의 달 등에 편지쓰기 행사 등을 벌였지만 전문가(국문과 교수 3인) 심사를 거쳐 시상하는 본격 공모전은 이번이 처음.

심사위원들은 “진실성과 효심, 갱생의지에 평가의 초점을 맞췄다”며 “좋은 작품이 많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인순(李仁惇) 대전지방교정청장은 “편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참회이고 교화라는 생각에 공모전을 기획했다”며 “공모전 입상자 11명에게는 10만∼3만 원의 시상금을 주고 ‘가족만남의 날’을 허용한 뒤 이들의 편지를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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