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떼가 해수욕장 피서객을 공격하는가 하면 서해에 주로 출몰했던 식인상어가 남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남해의 유해성 적조는 발생 시기가 해마다 빨라지고 동해에선 명태, 정어리 등 한류(寒流) 어종이 급감하고 있다.
해양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바다 생태계가 바뀌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독성 해파리와 식인상어 공포=지난달 3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에서 권모(28·여) 씨 등 피서객 31명이 해파리에 쏘여 응급 처치를 받았다.
피서객을 쏜 해파리는 몸 전체가 푸른색을 띠는 ‘작은부레관해파리’와 연한 갈색의 ‘노무라입깃해파리’로 지금까지 제주지역 해수욕장에서 64명이 이들 해파리에 쏘였다.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연구팀 김상우(金相祐) 박사는 “올해처럼 7월 중순에 열대성 해파리가 대량 발견됐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북서태평양 생태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4월 전남 여수시 남면 소리도 해상에서는 몸길이 4m, 무게 3t가량의 백상아리 암컷과 수컷이 정치망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남해안에서 식인상어가 잡힌 것은 1995년 이래 10년 만이다.
해양경찰청은 전북과 충남 서해안에 주로 나타났던 백상아리가 올해 두 차례나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견되자 남해까지 ‘식인상어 주의보’를 확대했다.
군산대 해양생명과학부 최윤(崔允) 교수는 “식인상어는 서해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잠수 어업이 적어 사고가 한번도 나지 않았을 뿐 동해안에도 11월까지 머물기 때문에 한반도 연안은 식인상어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빨라진 적조, 변하는 어종=지난달 20일 전남 고흥과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유해성 적조가 남해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수 가두리 양식장의 경우 돌돔과 우럭 등 128만 마리가 폐사해 5일 현재 6억8200만 원의 피해가 났다.
올해 적조는 1995년 한반도에 처음으로 적조가 발생한 이후 가장 빠르다. 종전에 가장 빨랐던 2002년보다 13일이나 빨리 시작됐다.
동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오징어, 멸치, 고등어 3개 난류 어종은 어획량 50만 t 이상으로 연근해 어업 생산량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 한류 어종인 명태 어획량은 1981년 17만 t에서 2004년 64t으로 줄었다.
서울대 해양연구소는 1985∼2001년 미국 해양대기국(NOAA) 인공위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해 수온이 연평균 0.087도씩 올라 17년간 1.5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바닷물 평균 수온이 매년 0.014도씩 오른 것에 비하면 6배가 넘는 수치다.
부경대 강용균(姜容均·해양학과) 교수는 “우리 연안의 수온이 높아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증거”라며 “점점 따뜻해지는 바다 생태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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