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7월 5일부터 22일 사이에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제33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북한인권시민연합 연구이사 자격으로 참가했다.
위원회는 아일랜드, 부르키나파소, 북한 등 8개국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23명의 인권 전문가가 심의한 뒤에 최종 권고문을 국가별로 채택했다.
이 과정에서 비정부기구(NGO)들은 각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대응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구두 발표를 할 수도 있었다.
북한에 대한 대응보고서는 한국의 북한인권시민연합 외에 영국의 ‘국제반노예연대(Anti-Slavery)’도 제출했지만, 구두 발표는 북한인권시민연합만 했다.
시민연합은 이 구두 발표에서 북한의 계급 차별 정책에 따른 여성들의 기본적 권리 침해,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 강제 송환된 뒤에 당하는 인권 유린(강제 낙태와 영아 살해, 비인격적 심문 등), 여성들에 대한 가정 내 폭력 등을 소개하며 북한 정부 보고서 내용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대표단은 서면 답변에서 북한인권시민연합을 ‘반북 단체’라고 규정하며 “돈을 벌기 위해 북한 시민들을 유인·납치하는 브로커들과 공모하여 탈북자·망명자 문제를 날조해 국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하였다. 그러나 영국의 국제반노예연대에 대해서는 그 세계적 권위에 눌려서인지 일언반구도 없어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했다.
또 허우범 씨를 대표로 하여 홍지순, 한채순 씨 등 대부분 ‘민족조정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7인의 북한대표단은 “북한에는 감옥이 없고, 47명의 여성만이 예심 구류장과 교화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등의 답변을 하여 인권 전문가와 참관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심의에 참여한 인권 전문가들은 고정관념과 관습 등에 의한 여성 차별, 사회적 지위와 직업 분포 등에서의 양성 불균등, 가정 폭력, 국제 규약의 국내적 효력 등 보편적인 질의를 주로 했다.
그런데 식량 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취약자인 여성들에게 제공되는 식량 배급 문제, 계급 차별 정책 등 북한만의 특수한 문제들도 지적한 전문가들이 있어 보완적 정보를 제공한 NGO 관계자로서 보람이 있었다.
한편 2003년에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정부 보고서를 심의했을 때에 비해 이번 북한대표단의 답변은 정치적 수사나 뻔한 거짓말이 많이 줄고 진지한 측면도 있었다. 특히 탈북 여성 인신매매 문제의 처참함을 일부분 토로하면서 “조사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해 앞에 소개한 답변서와는 달리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회의를 참관하면서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이제는 국제적 연대를 더욱 넓게 형성하고 유엔의 인권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더 많은 젊은 인재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종사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북한인권운동이 눈에 띄는 업적주의보다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개선책 제시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만호 북한인권시민聯 연구이사
경북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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