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시공무원교육원 강당. ‘두란노 어머니학교’ 한은경 교장의 말이 떨어지자 29명의 어머니는 자식들의 발을 천천히 씻기기 시작했다. 발을 씻기는 사람, 발을 맡긴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커버린 자식들이 대견해서였을까.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이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날의 특별한 세족(洗足)식은 서울시가 저소득 모자(母子)가정 29가구 77명을 1박 2일 일정으로 초청한 ‘클릭! 러브터치’ 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세부 프로그램 진행은 두란노 어머니학교가 맡았다.
이틀 동안 영화 상영,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한 강연, 아픔 나누기, 가족 칭찬하기, 축구, 댄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주최 측은 사별, 이혼의 상처를 딛고 경제적 어려움 속에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6일 오후에 열린 ‘가족 칭찬하기’ 시간. 유지선(가명·36) 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 경호(가명·10)에게 “편식도 안 하고 김치도 잘 먹는 경호 사랑해. 어린 동생이 응가하면 일 나간 엄마 대신 잘 닦아 주는 경호 사랑해. 작은 손으로 엄마 힘들다며 어깨 주물러 주는 경호 사랑해”라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아픔 나누기’ 시간에는 마음속에 간직했던 아픈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며 어머니들끼리 가까워졌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서로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지만 어느새 장난치는 친한 친구가 됐다.
남편과 사별한 후 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미순(가명·40) 씨는 “매일 식당에서 일하고, 주말엔 쉬느라 딸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했는데 딸과 하루 종일 함께 지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이혁주(가명·14) 군도 “아빠가 나와 엄마를 버렸다는 생각에 많이 괴로워했다”며 “이젠 아빠에 대한 원망 대신 엄마에 대한 사랑을 마음에 품고 엄마와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 모자가정을 초청해 이 같은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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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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