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광복절, 60년전 여름처럼 한반도는 뜨겁다

헌화-분향 없이 묵념만…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서울에 온 김기남 북측 당국대표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안경호 민간대표단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의 현충탑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AP 연합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서울을 방문한 북측 대표단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김기남(金基南·노동당 비서) 당국대표단장을 비롯한 북측의 당국 및 민간 대표단 32명은 첫 공식일정으로 이날 오후 3시경 국립묘지를 방문해 현충탑 앞에서 약 5초간 묵념을 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참배 절차인 헌화와 분향은 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5일과 9일 두 차례의 남북 판문점 연락관 접촉에서 북한의 참배 관행을 고려해 합의한 의전과 참배 절차 등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의 국립묘지 참배에 반대하는 자유개척청년단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전부터 국립묘지 주변에서 ‘6·25전쟁과 각종테러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북측 당국대표단 17명과 민간대표단 100명, 남녀 축구 선수단 65명은 2대의 고려항공 전세기 편으로 이날 오전 10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민족대축전 개막행사와 남북통일축구대회를 참관했다.

개막식 축하연설에서 김기남 단장은 “60년 민족분열의 불행이 지속되지 말아야 하며 우리 겨레 스스로가 통일의 새 역사로 바꿔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분단과 정전상태를 청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남북 대표단은 15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본대회에서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다. 김 단장 등은 16일 오전 11시 국회를 방문해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을 예방한다.

북측 대표단 일행은 17일경 청와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측 대표단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측 대표단은 17일 오후 5시 50분경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간다.

한편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통일연대와 민중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민주노동당 당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 등 1만여 명이 14일 밤 경희대에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결의의 밤’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행사 도중인 15일 오전 1시 5분쯤 ‘주한미군 철수가’를 불렀으며 일부 참가자는 연단에 올라 “연방제로 통일을 이뤄 내자”고 주장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