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고교생]적절한 어휘 선택해야 주제 명확하게 전달

  • 입력 2005년 8월 23일 03시 07분


▼고교생 논술 주제▼

매년 여름이면 태풍 피해를 걱정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태풍 구름에 화학물질을 뿌리거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태풍을 제거하려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과학자들은 태풍을 제거하면 매년 보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지구 전체를 고려할 때 태풍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으며 이를 인위적으로 막으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한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태풍을 제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김승찬 제주 오현고 3학년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으로, 기온이 높고 증발량이 많은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한다. ① 최근에는 지구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점점 거대하고 강력해지는 추세이다. ② 그에 따른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데, 세계에서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화학물질로 태풍을 없애려고 한다.

태풍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제적인 이익을 주장한다. ③ 태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재산적 피해가 거의 수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④ 이러한 피해만 없앤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고 이 돈으로 굶주리고 있는 빈민들을 구제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그러나 태풍을 없애겠다는 것은 태풍에 의한 순기능을 간과한 것이다. ⑤ 오히려 태풍의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

⑥ 태풍의 순기능으로는 우선, 적조 해소의 기능이 있다. 태풍의 강력한 바람으로 바닷물이 뒤섞여 수중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고 어장은 살아난다. 또한 태풍이 대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스모그 현상과 같은 대기오염을 없앨 수 있다. ⑦ 대기의 순환을 돕는다는 것은 열을 발생지에서 타지방으로 운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순기능을 가진 태풍을 막으면 어떻게 될까? 적조는 해소되지 않아 수중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자연히 수질은 ⑧ 감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그리고 대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각종 광화학가스가 대기 중에 머물러 대기오염, 호흡기 장애 등 심각한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 ⑨ 그리고 태풍의 화학물질이 세계 곳곳에 퍼질 수 있다.

자연은 인간과 공존하는 것이지 누가 지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태까지 우리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자연을 파괴했고, 수많은 것을 잃었다. 자업자득이다. 눈앞의 이득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인 대책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 첨삭지도

① 문장의 호응상 주어를 넣는 것이 좋다. 논술문은 명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태풍의 위력이 보다 강력해지고 있다.’

② 하나의 문장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태풍 피해의 심각성은 이미 전제됐기 때문에 ‘증가하는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은 과학기술에 의존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정도가 좋겠다

③ 태풍의 피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고 있다. 건물 붕괴, 도로 유실 등 구체적인 재산적 손실의 예를 들자. 인적 피해를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④ 태풍의 피해를 없애면 이익(돈)이 생긴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오히려 태풍을 없앰으로써 거둘 수 있는 효과를 점층적으로 써 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⑤ 한 문장 안에서는 중심 단어를 주어로 쓰는 것이 좋다. ‘태풍은 오히려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다.’

⑥ ⑦ 태풍의 순기능으로 적조해소, 대기오염 방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순기능은 대기의 순환에서 온다. 따라서 ⑦의 내용은 문단의 첫머리인 ⑥ 앞에 오는 것이 좋다. ‘태풍은 대기의 순환을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정도로 이 문단의 서두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⑧ ‘감퇴’ 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올바른 단어 선택에 유의하자. ‘적조가 해소되지 않으면 수중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자연히 수질은 오염되어 결국 수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⑨ 애매한 표현이다. ‘그리고 태풍 방지를 위한 화학 물질이 세계 곳곳에 퍼져 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가 좋겠다.

■ 총평

논제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논술문이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태풍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지닌 문제점을 잘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관철시킨 점이 훌륭하다. 과학 논술은 과학적 지식에 대한 이해를 잘 드러내는 것이 좋다. 이 글에서 배경지식이 잘 활용된 점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논술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생명이다. 문장을 길게 쓰면 호응관계가 안 맞고 자칫 글이 두루뭉술해질 위험이 있다. 또한 비슷한 내용이 중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는 것은 논술의 기본이다. 이러한 점을 잊지 말고 많은 연습을 통해 극복해 나가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결론 부분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지만 흥미가 다소 떨어진다. 너무나 교훈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으로 글을 맺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자연을 정복한 예와 그 폐해를 예로 제시했다면, ‘인류와 자연은 공생해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훨씬 잘 뒷받침해 줄 것이다. 또한 태풍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글의 참신성도 살아날 수 있다.

정규태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생각 넓히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태풍을 제거할 수 있다고 가정했으므로, 논술 답안에는 태풍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분석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를 생각한다.

① 태풍은 단시간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주는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열대 지방의 과잉 열을 고위도 지방으로 보내고, 여러 물질을 운반하고 혼합시키며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생물권과 무생물권을 자극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② 유기적 관점에서 태풍 제거의 영향을 분석해 본다.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한반도와 일본으로 북상하는 태풍의 개수는 남극 기압의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태풍과 같은 자연 현상은 다른 지역의 기후현상과 상호작용한다. 결국 태풍 제거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지구계(Earth System)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③태풍을 제거하는 경우의 손익을 따져본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인위적인 태풍 제거가 얼마나 큰 변화를 야기할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힘들다. 태풍의 인위적 제거는 날씨나 기후, 생태계의 변화를 통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정록 동아사이언스 논술 전문위원

■ 고교생 다음(8월 30일) 주제

연세대 총학생회가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진보단체의 숙박 및 집회 장소 제공 요구를 거부해 대학가의 정치의식 실종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과거 대학은 학생운동뿐 아니라 국내 진보세력의 본산과 같은 역할을 하며 민주화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대학의 ‘탈(脫)정치’ 움직임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