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법원 집달관 2명이 이동 트랩차량을 타고 이 여객기 출입문까지 올라가 노란색 ‘가압류 공시장’을 붙였다.
외국 항공사의 대형 여객기가 이륙 직전 운항 허가가 취소된 뒤 가압류되기는 국내 항공 사상 처음이다.
▽왜 가압류됐나=푸껫항공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태국 방콕에서 태운 승객을 인천국제공항에 내려준 10일을 기점으로 한국∼태국 노선을 포기할 방침이었다. 이 과정에서 푸껫항공은 국내 항공 관련 업체와의 채무관계를 청산하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국내 채권자들이 법원에 이 여객기에 대한 가압류 신청을 하고 나섰다.
푸껫항공은 당초 10일 오전 11시 이륙할 예정이었으나 이 항공사로부터 2억여 원을 받아야 하는 국내 업체들이 연료와 기내식 공급을 거부하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됐다. 이에 항공사 측은 이들 업체에 채무이행각서를 써 준 뒤 19일 급히 출국하려 했으나, 이번엔 푸껫항공 항공권 국내 총판매점인 TV클럽(사장 한호선)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TV클럽은 “피해 보상 없는 총판 계약의 일방적 해약과 철수는 부당하다”며 11일 인천지법에 여객기 가압류를 신청했다. TV클럽은 푸껫항공으로부터 받아야 할 피해액이 총판 계약 보증금 10억 원과 항공기 지연 도착에 따른 승객 손해배상금 2억여 원 등 모두 12억여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인천지법 30민사부는 TV클럽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여 19일 여객기의 이륙 직전 서울지방항공청에 해당 여객기의 운항허가 취소를 요청했다.
법원은 이어 “푸껫항공은 여객기를 정류하고 계약 예치금과 손해배상액을 공탁한 뒤 가압류 집행정지나 취소를 신청하라”고 결정한 뒤 즉시 집달관을 파견했다.
▽항공사 측의 입장=푸껫항공 측은 “TV클럽으로부터 항공권 판매대금을 다 받지 못해 청산할 빚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항공사 측은 20일 여객기 회수를 위해 한국에 보낸 기장과 부기장 등 승무원 4명을 본국으로 불러들였고, 국내 사무실도 폐쇄한 상태다.
2001년 1월 설립된 신생 항공사인 푸껫항공은 6월부터 한국∼태국 노선에 전세기를 투입해 오다 타산이 맞지 않자 운항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취항 이후 연착이 잦아 국내 승객들과의 마찰도 잇따랐다.
TV클럽의 소송대리인인 안중민 변호사는 “가압류가 받아들여진 만큼 태국 법원에서 손해배상금 청구를 위한 본안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외국 항공사의 재산을 압류함에 따라 국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한편 이 여객기는 이라크에 주둔 중인 일본 자위대의 귀국 수송에 투입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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