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 유치면 운월리 한농마을은 ‘유기농 공동체’다. 해발 400m의 천봉산 중턱에 자리한 이 마을은 친환경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 86가구 200여 명이 모여 산다.
한농마을 사람들은 요즘 농사를 짓는 게 즐겁다. 최근 마을 양계농장에서 생산한 달걀이 전국 최초로 유기축산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유기농법을 고집하며 거둔 결실이기에 그 의미는 각별하다.
‘친환경 농사꾼들’이 한농마을에 정착한 것은 1994년. 제주에서 농사를 짓던 정병서(鄭棅書·50·영농법인 한농복구회 장흥지부 대표) 씨 등이 유기농법 적지를 찾다 이 마을에 눌러 앉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농지가 분지형으로 병해충으로부터 안전해 유기축산을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여겼던 것.
이런 지리적 이점에다 소중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려는 주민의 열정이 모아져 ‘유기축산 전국 1호’라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유기축산을 인증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축산물의 생산 과정에서 각종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을 거치지 않는 사료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농마을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인증한 옥수수, 콩, 밀 등 유기 곡물을 호주 등지서 들여와 숯가루, 솔잎, 케일, 황토를 혼합한 사료를 4000여 마리의 병아리에 먹였다.
또 닭이 야생 상태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마을 인근에서 나는 산야초를 먹이고 비탈진 언덕에 방목을 했다.
정병서 대표는 “이런 노력 끝에 달걀에서 클로람페니콜 등 항생제 성분과 다이아지논 등 농약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기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초란’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되고 있는 유기농 달걀은 일반 달걀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가격은 1개당 700원으로 4배를 넘는다. 한달 사료 값 1200만원을 빼더라도 3000여만 원이 순이익이다.
이 마을은 유기농 달걀 농사 외에도 6.8ha의 밭에서 상추, 케일, 고구마 등 유기인증 채소 30여종을 재배하고 유기농 옥수수, 쌀, 밀로 만든 빵과 된장, 조청을 생산해 연간 9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함께하는 삶’을 지향하는 이 마을은 유기농산물 생산과 판매, 이익 분배 등을 공동으로 하고 현안도 마을회의를 통해 해결한다.
인천에 살다 8년 전 남편과 함께 귀농한 엄정례(嚴貞禮·44·여) 씨는 “잡초를 뽑고 손으로 벌레를 일일이 골라내야 하는 등 몸이 힘들지만 유기농을 하면서 흙의 소중함을 배우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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