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을 내거나, 망하거나…
햇살이 따가웠던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관광부 인근에 마련된 시민벼룩시장. 앳된 청소년들이 여기저기 좌판을 편 채 저마다 물건을 팔고 있었다.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청소년 점포경영체험 캠프’가 열린 것.
서울지역 중고교생 50여 명이 참가한 이 캠프에서 학생들은 일주일 동안 시장조사를 통해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원가에 적절한 이윤과 노동 가치를 덧붙여 가격을 정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는 ‘삼숙이’ 돼지인형을 판 추정민(17) 양은 대원외고 불어과 2학년. 추 양은 같은 학교 유학반 동기생 4명과 함께 참가했다.
“하루만 팔기 때문에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돼지인형을 선택했다”는 추 양은 “드라마에 등장한 돼지인형이 너무 크다며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을 공략하려고 작은 차량용 액세서리 인형을 골랐고, 여기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길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이 분석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자녀와 산책 나왔다 벼룩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지갑을 열었다. 이날 하루 매출액은 67만 원으로 캠프 참가자 중 1위.
상권 분석에 실패하거나 잘하고도 수익을 내지 못한 팀도 있었다.
정발고 3학년 김한나(18) 양 등 5명은 머리끈을 파는 유일한 가게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개당 500∼1500원으로 단가가 낮아 많이 팔아도 실적은 저조했다.
김 양은 “토요일이라 주5일 근무제로 쉬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을 것 같아 어린이 머리끈을 주력 상품으로 정했지만 이익은 크지 않았다”며 “다음엔 고부가가치 상품을 선택해야겠다”고 말했다.
○ 경제교육 홍수
청소년들이 실전을 통해 경제교육을 받는 프로그램은 또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토요일마다 여는 ‘미래에셋 우리아이 경제교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어린이는 한 달 동안 사업자등록증을 내 은행에서 자본금을 빌리고, 원자재를 사서 물건을 만든 뒤, 소비자(함께 온 부모)에게 팔아 빚을 갚는 기업경영을 체험하게 된다.
영인베스터투자교육연구소가 운영하는 ‘휠리스쿨’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참가하는 1년 과정 프로그램이 있다. 금리와 환율, 국내외 성공한 기업가들의 경영 체험담 등을 배우고 모의 주식투자도 한다.
우리자산운용은 최근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과 제휴해 ‘우리 주니어 네이버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청소년에게 금융·경제캠프에 참가하고 기업을 방문하는 기회를 줄 예정이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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