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부산 해수욕장 3500만 최대인파

  • 입력 2005년 8월 24일 07시 04분


더위도 절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여름 더위가 가기 시작한다는 처서(處暑)인 23일, 하루 수 백 만 명이 몰렸던 부산의 해수욕장은 썰렁했다.

올해 부산지역 6개 공설해수욕장이 개장한 지난달 초부터 22일 현재까지 피서객은 사상 처음으로 35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2800만 명에 비해 700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대단한 인파다.

하지만 사상 최대 인파에 어울리지 않게 해마다 되풀이 되는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피서객의 실종된 시민의식은 올해도 여전했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내건 ‘부산을 바꾸자’는 슬로건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부산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에는 파라솔 3000원, 튜브 2000원 등 정해진 대여료가 있었지만 대여업자들의 횡포와 구청의 솜방망이 단속으로 피서객들은 올해도 2∼3배 웃돈을 지불해야 했다. 송정해수욕장에서는 관할 구청이 바가지요금을 단속하자 대여업자들이 하루 동안 집단으로 철시해 파라솔 대여를 거부하는 희한한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해운대 해수욕장 앞 공영주차장은 업자들이 운영하는 탈의장으로 변해버렸고, 불법주차가 극성을 부려 ‘왕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해수욕장 쓰레기도 지난해에 비해 200t 이상 증가한 930t이 수거됐다. 아침이면 백사장이 쓰레기 천지로 변해 ‘세계도시 부산’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 데만 청소인력 2만 여명, 차량 540대, 손수레 950여대가 동원됐다.

“부산의 해수욕장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라는 한 피서객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천혜의 자연을 사계절 휴양지로 가꾸고 다듬는 것은 부산시민의 몫이다.

APEC을 앞두고, 관광객과 손님을 맞는 부산의 모습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부산에 주어진 ‘복(福)’을 스스로 차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시민의식을 한 단계 높여나가야 할 때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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